스포츠 더불어 ‘테크’잔치 열릴 것…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하루 앞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이나랩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사흘 앞둔 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 센터 식당에서 로봇이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 당국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의 전염병 예방은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베이징은 완전히 다른 행사 조직 방식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선수단과 취재진 등 올림픽 관계자는 경기장, 숙소, 훈련장 등 정해진 구역 외에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또 이들은 주어진 특별 QR코드를 지녀야 하며 하루에 한 번 이상 핵산검사를 받아야 한다. 베이징 시민과의 접촉을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 약 2만 명의 자원봉사자와 선수단, 관계자와의 직접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띈 기술은 로봇과 드론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 보도를 위한 메인미디어센터(MPC) 식당에는 각종 음식이 머리 위로 지나다닌다. MPC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으면 분홍색 로봇이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음식을 운반한다. 자리 위로 이동한 '배달 로봇'은 줄을 타고 내려와 주문자 코앞으로 음식을 배달한다. 주문자는 직접 쟁반에서 음식을 꺼내 곧바로 식사할 수 있다. 자율배식으로 사람들이 늘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사흘 앞둔 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 센터 식당에서 로봇이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MPC 식당엔 배달 로봇 외에도 다양한 로봇이 있다. 햄버거를 만드는 '햄버거 로봇', 덮밥을 운반하는 '덮밥 로봇', 직접 칵테일을 만드는 '바 로봇' 등 여러 종류의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복도에는 보행자를 피해 바닥 청소를 하는 청소 로봇, 살균제를 앞뒤로 분사하는 소독 로봇, 선수 및 관계자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모니터링 로봇 등 많은 로봇이 사용될 예정이다.
상하이 교통대 가오펑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스키 로봇’도 공개했다. 두 다리와 두 팔로 사람과 흡사하게 스키를 탈 수 있는 이 로봇은 스키 경기가 진행될 산림을 순찰하며, 긴급 구조 등에 사용된다. 선수들이 경기장을 이용하기 전 안전성을 높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월 14일, 로봇이 베이징 샹그릴라 호텔에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개막일인 2일부터 4일까지 이뤄지는 성화봉송 행사에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릴레이 주자로 참여한다. 첫날인 2일 베이징동계올림픽파크 융딩 강변에서 수륙양용 로봇과 휴대용 수중 로봇이 수중에서 릴레이를 한다. 수중에서 로봇이 성화를 전달하는 것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같은 날 서우강 공원의 릴레이 봉송에는 성화봉송용 자율주행차가 투입될 예정이다. 쉬즈진 올림픽조직위 부사무총장은 "성화봉송에 로봇과 자율주행을 도입해 삶을 변화시키는 중국 기술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은 스포츠 잔치뿐만 과학기술 잔치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5G 통신·클라우드 중계·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을 대회 운영에 시범적으로 적용했다.

ⓒCCTV

알리바바는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지원하는 올림픽 중계 클라우드를 통해 약 100여 개국에 4K 초고화질의 중계 채널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360° VR 영상과 슬로모션, 파노라마 등의 특수효과 화면을 도입했으며 이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와 프리스타일 스키 경기에 활용된다.

대회 기간 경기장 밖에서는 5G 인터넷망이 촘촘하게 연결된다. 고속열차에서도 고화질의 경기 영상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초 시속 350㎞로 운행되는 '푸싱호(復興號)'가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장자커우(張家口)간 노선에 배치되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열차 내부엔 5G 기술이 도입돼 4K 고화질 경기 영상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는 미디어 칸이 만들어졌다. 미디어 칸에서 송출되는 채널은 6개다.

그 외에도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그래핀 공기정화장치가 열차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열차 내 2천700여 개 지점에 설치된 모니터링 장치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열차 운행에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에어컨 필터의 경우 원래는 정기적으로 전면 교체해야 했지만, 모니터링 장치를 통해 먼지가 많이 쌓인 부분을 정확히 찾아 교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역대 최초 ‘친환경 올림픽’ 만들겠다 선언한 中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이 될 것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올림픽의 4대 이념으로 녹색·공유·개방·청렴을 제시했으며,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여러 조치를 취해 저탄소 올림픽을 개최할 것을 수차례 약속했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총리구에 있는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 ⓒ신화통신

동계올림픽 기간 경기가 열리는 모든 경기장은 풍력과 태양에너지 등 100%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모든 경기장에 100% 친환경 전력이 공급되는 것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또 경기장뿐만 아니라 선수촌 등 모든 구역에 재생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공급할 방침이다. 경기장에 쓰이는 얼음은 프레온 가스 대신 이산화탄소를 냉각제로 사용해 만들어진다.

중국 당국은 이번 동계 올림픽 기간 400GWh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제공할 경우 탄소 배출량을 32만t가량 절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동 수단도 친환경 차량을 동원한다. 관중들은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3개 지역을 모두 대중교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대중교통의 85% 이상이 전기 배터리, 수소 연료 전지, 천연가스 등을 동력으로 이용한다. 수소 버스의 경우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이전 올림픽 경기장들도 재활용된다. 베이징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향후 행사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2008년도 올림픽에 사용했던 경기장 5개를 재활용품을 사용해 개조했다.

지난 6일 장자커우시 충리구의 한 스키장에서 운행 대기 중인 수소 버스 .ⓒ신화통신

안전과 건강이 우선

이외에도 중국은 스마트 온도 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동계 올림픽 기간 경기장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냉동장치뿐만 아니라 관중 및 스태프의 체온을 관찰할 웨어러블 체온계가 도입된다.

'반창고 체온계'라고 불리는 이 체온계는 체온 측정을 위한 칩이 들어있어 편리하고 실시간으로 체온을 측정할 수 있다. 겨드랑이 밑이나 팔 안쪽에 붙일 수 있는 작은 크기로 일상적인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측정된 온도는 연동된 스마트폰에 나타난다.

올림픽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위해 웨어러블 스마트 난방 의류도 개발됐다. 제공되는 점퍼, 장갑 및 신발에는 모두 고온 열 장비가 부착되어 있어 모바일 보조배터리를 연결해 장비의 전원을 연결할 수 있다. 해당 의류의 체감 온도는 40도 이상으로 최고 온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회로를 차단해 화상을 방지한다.

경기에는 쓰이지 않지만, 로켓 기술로 만든 스키 헬멧도 출시가 돼 이목을 끌었다. 중국 최대 운반 로켓 창정(長征) 5호에 사용된 기술이 스키 헬멧에 적용된 것이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공과대학 연구팀이 디자인한 이 헬멧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에어리얼·하프파이프 종목을 훈련하고 있는 중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들을 통해 테스트가 이뤄졌다. 중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관계자는 "새로 개발된 헬멧 덕분에 훈련 중 머리 부상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운반로켓 창정(長征) 5호에 사용됐던 우주 기술로 개발한 스키 헬멧. (다롄공과대학 제공)

스키 헬멧은 스키어가 슬로프에서 넘어지거나 충돌할 때의 충격을 흡수해 스키어를 보호하기 때문에 가볍고 내구성이 강해야 한다. 우주선 제작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이에 중국 과학자들은 로켓의 구조와 재료를 활용해 스키 헬멧의 안전성을 높이고자 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스키 헬멧에 대해 특허를 신청하고 시장 출시를 위해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다.

오는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0일까지 17일간 개최된다.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 등 3개 지역에서 열리고 7개 종목에 총 109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다만 코로나 19 리스크 관리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이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난제가 됐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특정 그룹’에 올림픽 경기 관람 티켓을 나눠주고 일반인에게는 티켓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무관중은 아니지만 결국 동원된 관중만 입장한 채 경기를 치른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