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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 약대 55%가 여대, 이게 말이 돼? 젠더갈등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2대입 정시특별전략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입시 지원전략이 담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2대입 정시특별전략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입시 지원전략이 담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최근 취업난으로 전문직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여대에 설치된 약학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논란이 됐다. 약대와 로스쿨의 여대 정원이 남성에게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의 헌법 재판까지 거친 이 문제는 온라인 공간에서 젠더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인서울 약대 55%가 여대...로스쿨은 25곳 중 1곳

2022학년도 약학대학 모집 정원 상위 10개 대학

2022학년도 약학대학 모집 정원 상위 10개 대학

특히 올해 전국 약대가 학부제로 전환해 다시 학부생을 모집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2022학년도 전국 약대의 모집 정원은 1743명이다. 이중 18.3%인 320명이 이화여대, 덕성여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등 여대에 배정됐다.

이들 여대는 모두 서울에 있다. 학생 선호가 높은 서울지역 약대 중 절반 이상이 여대에 배정됐다.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이화여대(120명)를 비롯해 숙명여대(80명), 덕성여대(80명), 동덕여대(40명) 등 여대 정원은 320명으로 서울 지역 대학의 약대 정원 578명 중 55.3%를 차지한다.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25개 대학 중 이화여대가 유일한 여대다. 하지만 이화여대의 모집 정원이 100명으로, 다른 대학보다 많은 편이라는 점이 논란이 된다. 로스쿨 지원자 커뮤니티에선 “대다수 로스쿨의 모집인원이 40~60명인 상황에서 이화여대의 정원이 절대 적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헌법재판소 “기본권 침해 아냐...여대 역사 인정해야”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여대 정원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8년 한 수도권 남성이 헌법재판소에 여대에 약대 정원을 배정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 소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남녀공학 약대에서도 여자 재학생 비율이 50%대에 달하고, 여대가 약학 연구에 기여한 역사와 경험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전국 약학과 중 가장 많은 정원(120명)을 배정받은 이화여대는 1945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약학 대학이다. 이화여대를 비롯해 여대들은 6·25전쟁 전후로 약대를 설립해 꾸준히 투자해왔다. 헌재 역시 고등교육법으로 약대의 정원을 제한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들 약대에 정원을 배정하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3년에도 이화여대 로스쿨이 여성에게만 입학 자격을 부여한 것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원자가 있었다. 헌재는 이때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입학전형은 사립대의 자율권이며, 남성 지원자는 나머지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대·로스쿨 정원 10년 넘게 동결..."개편 필요해"

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분야의 대학 입학정원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정한다. 보건복지부가 전체 정원을 정하면 교육부가 각 대학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교육부의 ‘대학 보건·의료계열 학생 정원 조정 계획’은 20년째 큰 변함없이 동결된 채로 유지되고 있다. 로스쿨의 입학 정원 역시 교육부와 법원행정처, 법무부가 협의해서 정한다.

올해 입시에서 전국 약대의 정시 경쟁률은 10.7 대 1을 기록했다. 의대(7.2 대 1), 치의대(6.5 대 1)를 넘어선 수치다. 이처럼 수요가 늘어난 만큼 약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약학과 교수는 “지난해 전북대·제주대 등 약대가 신설됐지만 정원은 많지 않다. 약대 정원에 지역균형을 고려하는 것처럼 성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예전과 달리 약대 졸업생들의 진로가 다양해지고 남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약대 정원 계획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여대의 입학정원을 조정해 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민신문고에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3년 동안 약대 입시를 준비했던 이모(24)씨는 “같은 스펙의 지원자라면 여대 약대가 훨씬 들어가기 쉬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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