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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등급 합격" 이 글이 모욕이라고 삭제 요청한 대학의 수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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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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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사립대가 네티즌들이 자교를 '꼴등대'라고 표현하거나, '수능 9등급도 합격했다' 등의 내용으로 모욕하고 명예훼손 했다며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관련 게시물 삭제요청을 했지만 거절 당했다.

1일 KISO에 따르면 A대학이 신청한 '게시글 삭제요청' 심의 결과 게시물 삭제, 반박내용 게재 또는 임시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난달 13일 결정했다.

네이버·카카오 등을 회원사로 둔 KISO는 2009년 출범한 자율규제기구로,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공동 게시물 정책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콘텐트에 대해서도 심의해 삭제 등을 권고한다.

사건은 A대학의 지난해 신입생 모집 관련 홍보물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시작됐다. 해당 홍보물엔 "2021 추가모집, 수능없이 대학입학"이란 문구와 함께 "수능 미응시자 지원가능" "50만원 장학금 학생계좌로 지급" "희망학과 100%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네티즌들은 이 홍보물을 옮기며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이란 설명을 달았다. 또다른 게시물 제목엔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란 설명이 붙었다.

A대학은 먼저 KISO의 심의정책방향이 잘못됐다며 사립대학은 '공직자·언론인 등의 공인'이 아니고, 해당 게시물이 지극히 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네티즌들의 글이 명백한 허위사실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1학년도 입시 당시 A대가 공지한 입시홍보물. [온라인 캡처]

지난 2021학년도 입시 당시 A대가 공지한 입시홍보물. [온라인 캡처]

하지만 KISO 측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해당 게시물이 대학입시와 관련된 내용으로, 공적관심사나 공적업무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게시물의 허위성에 대해서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KISO 측은 "해당 게시글은 요청인의 신입생 추가모집 공지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후 코멘트 2줄을 덧붙인 것"이라며 "신입생 추가모집 공지에는 '수능 미응시자 지원가능'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대학이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입시결과만을 기준으로 게시글의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할 수 없다"며 "정원 미달로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으므로, 만약 수능9 등급이나 수능 미응시자가 지원했다면 합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신입생 추가모집 공지에 '50만원 장학금 학생계좌로 지급'이라 명시되어 있다"며 "따라서 게시글 본문에 포함된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이라는 서술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제목의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라는 표현에 대하여도 추가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평가에서 꼴찌를 했다라는 표현이라면 '허위 사실 적시'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해당 게시물과 같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 평가에서 '꼴등'이 아니라 단순히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라고 표현했다면 이는 단순 '의견' 표명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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