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젊은 목숨 스러졌다…수명 넘긴 47년 된 전투기 왜 띄우나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2022.01.31 08:30

업데이트 2022.02.03 14:36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 관항리 인근에서 우리 공군의 F-5E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고 심정민 소령이 순직했다. 심 소령이 조종한 F-5E는 2명이 탑승하는 F-5F와 함께 타이거 II라는 별명을 가졌다.

훈련중인 F-5E 전투기. 연합

훈련중인 F-5E 전투기. 연합

공군이 1975년부터 운용하고 있다. 전투기의 수명을 보통 30년으로 볼 때 이미 그 수명을 한참 넘긴 셈이다. 그러나 공군은 아직도 많은 기체를 보유하고 있다. F-5와 함께 F-4E도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노후 전투기다.

KF-21 배치까지 더 날아야 하는 노후 전투기

F-5와 F-4 모두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유는 아직 대체기가 없어서다. 이들은 국산 KF-21 전투기가 개발이 완료되면 퇴역할 예정이다. KF-21은 올해 7월 시험 비행을 시작하여 2026년까지 6대의 시제기로 비행시험을 완료할 예정이다. 즉, KF-21이 충분한 숫자가 생산되고 배치될 때까지 F-4와 F-5는 공군의 전투기로 대한민국 방공을 맡아야 한다.

흑표전차는 파워팩 국산화 지연으로 납기가 늦어지면서 중소협력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 현대 로템

흑표전차는 파워팩 국산화 지연으로 납기가 늦어지면서 중소협력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 현대 로템

이런 상황은 KF-21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일명 KF-X가 원래 계획보다 늦어졌기 때문에 일어났다. KF-X 사업은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2002년 11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장기 신규소요로 결정된 뒤, 2009년 4월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려 7번의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지면서 개발은 점점 늦어졌다. 2015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2028년까지 공대공 임무와 제한적 공대지 임무가 가능한 블록 I을, 2028년 이후 공대지 임무도 모두 갖춘 블록 II를 생산하는 계획으로 바뀌었다.

이러는 동안 F-5는 2000년 이후 전투기 12대가 추락하면서 공군 조종사 여러 명이 순직했다. 공군은 F-5의 개량에 예산을 거의 들이지 않다가, 2011년에야 사출좌석을 신형으로 바꾼 것이 전부다. 군이 진심으로 전력을 유지하고 소중한 조종사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산 무기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군의 전력에 영향을 끼친 사례를 더 있다.

기업의 문제가 군 전력에 지장을 준 사례들

K2 흑표 전차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세계적인 성능의 전차다. K2는 국산이지만,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되는 파워팩은 독일제를 국내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것을 달았다. K-2 전차 파워팩 개발은 기동장비에 있어서 핵심은 파워팩의 국산화라는 중요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됐다.

사업 자체가 취소되어버린 K11 복합소총. 중앙포토

사업 자체가 취소되어버린 K11 복합소총. 중앙포토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산 파워팩을 개발하기로 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양산도 지연되었고, 1차분 100대는 독일제 파워팩을, 2차분 106대와 3차분 54대도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장착하여 생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고, K2 제작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의 고충이 커졌다. 군도 전력 교체가 늦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뿐만 아니다. 아예 사업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유탄발사기를 대체할 첨단 무기로 주목받던 K11 복합소총이다. K11 복합소총은 첨단 조준장치와 공중파열탄을 사용하여 건물 내부의 적까지 공격할 수 있는 첨단무기로 기대를 모았다.

2008년 개발을 완료하고 전투 적합 판정을 받은 후 여러 문제가 발생하였고, 방위사업청은 2012년 1만 발 실사격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문제가 터졌고 결국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했고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방위사업청은 2019년 12월에 공식적으로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가 내구성능 검사를 조작한 것이 밝혀지는 등 K11의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던 사업이었음이 밝혀졌다.

군은 K11의 실패가 확실해지면서 여전히 K201 유탄발사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K201 유탄발사기는 총신을 밀어 올리고 탄을 장전하는 방식이다. 미군은 더 긴 유탄을 사용할 수 있는 옆으로 젖혀서 장전하는 M320을 채택했다. 최근 유탄발사기에서 운용할 수 있는 유도미사일이나 정찰 드론이 개발되는 상황에서 어떤 유탄발사기가 더 효용성이 높을지는 뻔하다.

개발 능력에 대한 꼼꼼한 검증이 필요

한국의 방위산업 기술은 유도탄, 전투기, 잠수함, 전차 등을 독자 개발할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했다고 모든 무기를 목표대로 정해진 기간안에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미국의 F-35를 꼽을 수 있다.

미국 육군이 드론과 순항미사일 방어를 위해 2개 포대를 임시 도입한 이스라엘제 아이언돔. 미 육군

미국 육군이 드론과 순항미사일 방어를 위해 2개 포대를 임시 도입한 이스라엘제 아이언돔. 미 육군

국산 무기 개발은 외부에 의존을 끊고 자주적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국내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업체의 개발 능력과 국내 관련 기술의 성숙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없다면 앞으로 이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군도 새로운 체계를 개발하기까지 전력 격차를 메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미군은 최종적으로 개발할 무기체계가 완성되기 전까지 능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임시(Interim)가 붙은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자국 업체가 개발할 전차용 능동방어체계 개발까지 기다리면서 이스라엘제 트로피를 도입했고, 순항미사일과 드론 위협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제 아이언돔을 2개 포대 구입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수단을 통해 능력 격차를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군이 요구하는 무기 체계를 제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군도 능력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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