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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출석'과 '사진 찍히기'…검찰 소환 방식은 힘에 비례?

중앙일보

입력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지난해 9월 전담 수사팀이 꾸려진 이후 대선 정국과 맞물려 검찰의 가장 중요한 수사로 꼽힌다. 사업자 선정 청탁, 정·재계 인사를 활용한 뇌물 등 대형 비리가 의심되며 여론의 이목도 집중됐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7)씨와 천화동인 4호 남욱(49) 변호사, 5호 정영학(54) 회계사 등은 이름을 못 들어본 이가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올랐다.

檢 소환의 정치학…김만배·남욱 공개, 곽상도·권순일은 비공개 

검찰 수사팀은 지금껏 이들 외에도 ‘50억 클럽’ ‘윗선 로비’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을 포함해 사건 관계인 수십 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 중엔 서울중앙지검에서 사진을 찍히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갈 수 없던 이들도 있고, 아예 소환 현장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왜 그럴까?

우선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핵심 인물인 김씨와 남 변호사 두 사람은 수사 초기부터 자주 사진이 찍혔다. 소환 조사 받을 때마다 청사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만나 “50억 클럽이 사실이냐” 등 여론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받았다. 답변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본인 의지에 따라 침묵을 지키거나 혐의를 부인하며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남욱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2021.10.28 [뉴스1]

남욱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2021.10.28 [뉴스1]

김만배씨도 서울중앙지검 출석 장면이 포착됐다. 2021.10.28   [연합뉴스]

김만배씨도 서울중앙지검 출석 장면이 포착됐다. 2021.10.28 [연합뉴스]

정진상, 퇴근 시간 출석→밤샘 조사 방식으로 비공개 소환 

반면 곽상도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등의 소환 현장은 공개된 게 없다.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서울중앙지검 지하 주차장이나 별도의 출입구로 청사를 출입했기 때문이다. 곽 전 의원 권 전 대법관 박 전 특검 등 3명은 모두 화천대유 ‘50억 클럽’으로 거론되며 사회적, 법적 지위를 활용해 대장동 특혜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부실장도 소환 조사를 비공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윗선 수사의 핵심으로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인 정 부실장은 소환 사실 자체도 뒤늦게 알려질 정도로 철저히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정 부실장은 지난 13일 오후 5시가 넘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고 한다. 통상 오전 일찍 조사를 시작해 가급적 심야조사를 지양하는 추세와도 반대다. 이례적인 출석 시간에 법조계에선 “언론 취재를 피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는 평가가 나왔다.

곽상도 전 의원(왼쪽)과 권순일 전 대법관.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27일 검찰에 요청해 청사 지하통로 등을 이용해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곽상도 전 의원(왼쪽)과 권순일 전 대법관.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27일 검찰에 요청해 청사 지하통로 등을 이용해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검찰 "언론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 요청 있었다"

민간사업자 그룹만 공개되고, 전직 국회의원·법관·특별검사, 유력 대선주자 최측근의 소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데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비공개 소환일 경우 본인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전에 검찰 측에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씨나 남 변호사는 별도의 요청이 없었다는 게 언론에 노출된 이유라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재임하던 2019년 10월에 만든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소환조사 출석 날짜, 시간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다. 특히 검찰청 현관 앞 포토라인 설치도 금지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규정에 근거해 사건 관계인 측 요청이 있으면 수사팀과 협의를 거쳐 비공개로 조사를 받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 '사건 공개금지' 규정… "검찰 자의적 판단" 지적

하지만 전국민적 관심사를 받는 수사에서 주요 사건 관계인의 소환 사실조차 알 수 없다면 국민의 알 권리 방해라는 법조계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국 장관의 가족 수사가 시작 됐을 때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마련됐다. 이미 그때부터 힘있는 자들의 방패막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검찰의 선택적 공개로 이어지는 건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여론을 유도하거나 수사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혐의 적용을 확신하는 사건은 공개하고, 실체 규명에 자신이 없으면 비공개를 고수할 수 있다. 사건 관계인이 비공개를 요청하더라도 결국 검찰 내부에서 결정하는 것 아니냐”며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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