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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거래 절벽에…서울 아파트값 20개월 만에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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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아파트값이 1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곳의 아파트값이 떨어졌으며, 6개 구는 상승을 멈췄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4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1%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2020년 5월 25일(-0.02%) 이후 20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값 등락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아파트값 등락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주까지만 해도 일부 자치구의 하락이 있었지만, 서울 전체로는 아파트값이 0.01%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 시장에서 일부 급매물의 매매만 이뤄지면서 전체 평균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1088건으로 집계되며, 1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2월(1523건)보다도 적은 수치다.

부동산원은 “글로벌 통화 긴축 우려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 전셋값 하락 등 다양한 하방 압력이 맞물리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서울 전체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에서 아파트값이 하락했고 6개 구는 보합을 기록하는 등 68%가 하락 내지 상승을 멈췄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지역의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였다. 노원구와 강북구의 아파트값이 각각 0.03% 떨어졌고, 성북·강북구는 0.02% 하락했다. 은평구와 동작구도 지난주보다 0.02%, 0.01% 내렸다.

강남권도 비슷한 양상이다. 강남과 서초구가 각각 0.01% 올랐으나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축소됐고, 송파구는 2020년 11월 9일 이후 1년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멈췄다.

2022 주택 매매가격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22 주택 매매가격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경기도 아파트값도 이번 주 보합을 기록하며, 2019년 8월 19일(-0.01%) 이후 2년 5개월 만에 상승을 마감했다. 입주물량이 증가한 안양시는 지난주 0.01% 하락에서 이번 주 0.10% 하락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또 광명(-0.02%), 화성(-0.06%), 시흥(-0.04%) 등지도 매매가격도 하락했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2019년 8월 3주 보합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상승행진을 멈췄다.

한편, 부동산 시장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올해 집값은 하락하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년 4분기 부동산 시장 동향’에 실린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3%는 올해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지난해 12월 28~30일 부동산·경제 전문가 8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보합’ 응답은 18.3%, ‘상승’은 30.4%였다. 서울,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완만하게 주택가격이 내려가겠다(0~-5%)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올해 집값 하락을 점친 전문가 가운데 31.7%는 ‘주택매매가격 고점 인식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이유로 꼽았다. 금리 인상(28.5%)과 금융 규제(19.3%)란 답도 뒤를 이었다.

KDI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라며 정책 보완을 주문했다. 전문가 설문 내용을 근거로 “매매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금융규제 및 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집값 상승세는 주춤했지만 전·월세 시장 불안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전셋값과 대출금리가 오르자 반전세,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서다.

지난해 주택 시장은 15년 만에 닥친 최악의 ‘불장(강세장)’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020년 대비 9.9%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4분기 들어 집값 오름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3분기 2.8%를 기록했던 전 분기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은 4분기 1.8%로 둔화했다. 주택 거래도 줄었다. 지난해 10~11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KDI는 “최근 주택매매가격은 기준금리 인상, 대출 규제 지속, 입주 물량의 증가 등으로 인해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서울과 5대 광역시 간 주택가격 격차는 2016년 이후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KDI가 부동산 보고서를 내놓은 건 2016년 중단 이후 6년 만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 불안이 극에 달했을 땐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금리 상승, 대출규제 등 외부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이 꺾일 기미를 보이자 KDI는 뒤늦게 부동산연구팀을 신설하고 시장 동향 보고서를 다시 펴내기 시작했다. 국책연구기관이 문재인 정부 말기에야 ‘늑장, 눈치 보기’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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