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0조, 세계 최고 드론왕 DJI는 왜 상장 안 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2.01.27 10:06

여기 괜찮다던데 몇 주 사볼까? 뭐야, 아직 상장 안 했어?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 중국 DJI 다장촹신(DJI 大疆創新, SZ DJI Technology Co. Ltd. 이하 DJI)의 이야기다. 2006년, 중국 선전(深圳)에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DJI는 10년 만에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다.

미국의 제재로 타격을 입나 했더니만 기우(杞憂)였다. 2018년 1월~2020년 7월 미연방항공국(FAA) 규정에 따라 등록된 드론을 조사한 결과, 미국 시장에서 DJI가 차지하는 비율은 76%로 여전히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인텔은 4%에 그쳤다.

현재 DJI의 시가총액은 1600억 위안(약 30조 19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증시에 상장했다면 몸값은 더 올랐을지도 모른다. 2021년 홍콩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쏙 들어갔다. DJI는 증시 상장을 꺼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기업 상장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필요자금 조달 용이와 기업인지도 제고다.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면 유상증자, 전환/교환사채 발행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영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또한 상장법인의 주가 등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됨으로써 기업 인지도가 제고되고 홍보 효과가 극대화된다.

반면에 단점도 있다.

외부 주주와 채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이전보다 자유로운 경영이 어려워진다. 회사가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려고 하면 그들은 압박을 가해 올 것이다. 심하면 기업의 소유권이나 경영권 자체가 위험해지기도 한다.

이 기본 메커니즘을 적용해 보면, DJI가 상장을 추진 안 하는 이유는 간단해진다. 현재 DJI에는 기업 상장의 장점보다 단점이 크게 와 닿기 때문이다.

DJI는 이윤 창출 능력이 강하고, 자금이 부족하지 않다.

DJI의 2020년 연 매출은 260억 위안(약 4조 8700억 원)이다. 중국 굴지 대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로 매섭다.

쳰잔산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8억 2000만 위안(약 1540억 원)에 불과했던 DJI의 연 매출은 2014년 30억 7000만 위안(약 5767억 원), 2015년 59억 8000만 위안(약 1조 1235억 원), 2016년 97억 8000위안(약 1조 8373억 원)을 달성했다. 그리고 2017년 175억 7000만 위안(약 3조 3008억 원)을 달성하며 4년 만에 20배 넘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민간 드론 시장 규모는 2015년 156억 위안(약 2조 9310억 원)에서 2020년 599억 위안(약 11조 2546억 원)까지 성장했다. 드론 산업과 시장의 성장세는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밝은 업계 전망과 높은 시장 점유율은 DJI의 이윤 창출 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DJI는 창업 초기부터 자사의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DJI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차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수십억 원대의 엔젤투자부터 수백억 원대의 A, B, C 라운드 투자에 이어 1조 원이 넘는 전략 융자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DJI라 가능했다는 평이 공통적이다.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은 비즈니스 전문가들로부터 사업성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인데, 사업 초기부터 이들의 인정을 받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덕분에 DJI는 여타 스타트업들과 달리 자금 부족에 시달리지 않고,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듯 본디 회사에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DJI는 굳이 자기를 시장에 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상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돈을 끌어올 수 있는데, 굳이 단점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DJI는 기술 자급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현직 직원 중 4분의 1 가까이가 연구개발(연구·개발) 부문 인력이고, 매년 수백억 위안의 자금이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입된다. DJI는 거의 모든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여 손에 쥐고 있으며, 연구개발을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

테크 기업에 경영의 자율성은 특히 중요하다. 때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가며 기술 연구개발에 몰두해야 한다. 그러나 자본은 이윤을 추구하고 가급적 빨리 기업이 단기적 성과를 내도록 부추긴다. 적지 않은 테크 기업이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DJI 창립자 왕타오 [사진출처=소후]

DJI 창립자 왕타오 [사진출처=소후]

DJI 창립자인 왕타오(汪滔)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품질에 대한 왕타오의 집착은 유명하다. 그는 대학원 재학 당시 책상 옆에 야전침대를 두고 매주 80시간 넘게 연구에 매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철두철미함에 두 손 들고 회사를 나가는 직원들도 속출했다고 한다.

왕타오는 자본의 통제를 벗어나야 DJI의 열정과 초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를 진정으로 탄복하게 한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기술에만 미쳐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벤처캐피털에 어필하고 언론에 소개되는데 집중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왕타오가 했던 말이다.

중국 네티즌은 왕타오의 뚝심 있는 행보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그들은 마찬가지로 증시에 상장하지 않은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두 기업을 '비범한 비전을 위해 눈앞의 유혹을 참아낸 멋진 자국 기업'으로 포장하고 있다.

런정페이 회장은 실제로 "증시에 상장하면 외부의 간섭을 받게 되며, 화웨이의 전략적 목표에 전념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제재가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그의 입장이 견고할지는 두고 봐야겠다.

한편 최근 중국 당국은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사전에 안보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 기술기업의 해외 상장은 사실상 허가제로 바뀌게 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0년 7월, 중국 증시 전문 언론 커촹반르바오(科創板日報)는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DJI가 내년 홍콩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증시 상장설은 어느 순간 증발했고, 2021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DJI가 앞선 이유로 자발적으로 비상장을 택한 것인지, 아니면 당국의 입김에 상장을 포기 당한 것인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출처=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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