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옷 로비’ 수사했던 이종왕 전 삼성전자 법률고문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종왕 전 삼성전자 고문의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시절 모습. [중앙포토]

이종왕 전 삼성전자 고문의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시절 모습. [중앙포토]

1999년 말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옷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가 수뇌부와 갈등으로 사직했던 이종왕 전 삼성전자 법률고문이 22일 오후 4시 별세했다. 향년 73세.

이 전 고문은 최근 수년간 암 투병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경북 경산시에서 태어난 이종왕 전 고문은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발을 디뎠다. 당시 사법연수원 7기 동기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친분을 쌓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경북고 1년 선배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등과 노 전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 그룹인 ‘8인회’ 멤버로 주목받았다.

이종왕 전 고문은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검사로 일하며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검찰청 공보담당관, 법무부 검찰1과장(현 검찰과장),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을 거쳐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까지 올랐다.

‘검사장 승진 0순위’인 수사기획관으로 일하던 1999년 돌연 검찰을 떠났다. 당시 박주선 법무비서관에 대해 ‘옷 로비 의혹 사직동팀 내사 보고서를 의혹 당사자인 김태정 전 검찰총장에게 유출’한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를 건의했다가 박순용 검찰총장에 의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박 전 법무비서관은 김대중 정권의 검찰 실세였다.

이 전 수사기획관 사직 닷새 뒤 박순용 당시 총장은 대검 부장 전원 및 서울고검장, 서울지검장 등을 참석시켜 검찰 수뇌부 회의를 연 끝에 수사팀 의견을 수용, 영장 청구를 재가했고 결국 구속했으나, 박주선 법무비서관은 이후 재판에서 김태정 전 총장과 함께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종왕 전 고문은 사직 직후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2001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2004년부터는 삼성그룹 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사장급)으로 일했다. 2007년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에 의해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이 전 고문은 책임을 지고 삼성을 떠났다.

2010년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자 그해 이종왕 전 고문은 법률고문으로 삼성에 돌아왔다가 2015년 물러났다.

이종왕 전 고문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9년엔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 중 한 명이었다.

유족으로 자녀 이석호·유진씨, 며느리 이은형씨, 사위 김덕헌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5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분당 효 추모공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