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는 英, 고삐 조이는 美…오미크론 대응 차이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1.20 18:51

업데이트 2022.01.20 19:10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만 2년째인 20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을 기다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김성태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만 2년째인 20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을 기다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김성태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00대를 돌파한 20일 정부는 ‘하루 확진자 7000명’ 돌파를 기점으로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방역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2년 만에 큰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방역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앞서서 오미크론 확산을 경험한 다른 나라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일본과 정점을 넘어서 감소세에 접어든 영국·미국의 상황을 살펴봤다.

오미크론 확산하자 英·美, 역대급 확진자 쏟아져

위에서부터 차례로 미국(붉은색)과 영국(초록색), 일본(검은색)의 인구 100만명당 주간 일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프. 오미크론 유행 정점을 찍은 영국과 미국의 경우 지난해 1월에 비해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배 이상 폭증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위에서부터 차례로 미국(붉은색)과 영국(초록색), 일본(검은색)의 인구 100만명당 주간 일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프. 오미크론 유행 정점을 찍은 영국과 미국의 경우 지난해 1월에 비해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배 이상 폭증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영국과 미국, 일본 모두 오미크론 확산과 함께 확진자가 폭증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한 영국은 6주째인 지난 4일 하루 확진자가 21만명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미국은 이달 13~16일까지 하루 80만명대 확진자를 유지하다가 지난 17일부터 소폭 감소했다.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 확산 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던 때는 지난해 1월 초로 각각 5만명, 25만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오미크론 확산 후 확진자 수는 4배 가량 늘었다.

상대적으로 오미크론 상륙이 늦었던 일본에선 최근 급격한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19일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확진자가 4만명을 넘었다. 전날 첫 3만명 돌파 이후 하루 만에 무려 만 명 가까이 늘었다.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중순 하루 2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며 유행의 정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2배 이상 늘었다. 아직 확산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유행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英, 갑작스런 방역 완화 발표 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부스터샷 연령 확대와 관련해 미디어 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부스터샷 연령 확대와 관련해 미디어 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세계가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음하는 이때, 유행의 정점을 막 지난 영국이 갑작스레 방역 완화를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19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다음 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과 재택근무 권고, 대형 행사장 백신패스 사용 등을 담은 '플랜B'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의 60세 이상 인구의 90%가 백신 부스터샷 접종을 마쳤고 전문가들도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났다고 본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미국 일부 주에서 백신 접종이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며 다시 방역을 조이고 나선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결정임을 감안하더라도 영국이 이처럼 방역 완화를 결단할 수 있었던 건 높은 3차 접종률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17일(현지시간) 기준 영국의 인구 100만명당 ICU(중환자실) 입원률은 10.45명으로 77.93명인 미국보다 현저히 낮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 ICU 입원율을 보면 영국은 인구 100만명당 10~13명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40명에서 꾸준히 올라 80명대를 향해 급증하고 있다.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도 영국은 3.87명으로 4.91명인 미국에 비해 낮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미국(붉은색)과 영국(검은색), 일본(초록색)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중환자 추이 그래프. [아워월드인데이터]

위에서부터 차례로 미국(붉은색)과 영국(검은색), 일본(초록색)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중환자 추이 그래프. [아워월드인데이터]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영국이 3차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요인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영국의 3차 접종률은 54.6%로 나타났다. 미국은 24.1%로 영국의 절반 정도다. 부스터샷으로 면역이 강화돼 감염되더라도 위중증, 사망으로 가는 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차 접종률이 낮은 일본의 경우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유행의 정점을 찍기 전인 일본은 인구 100만명당 중환자 입원자가 3.25명으로 기존보다 소폭 상승한 정도다. 지난해 8월 24명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일본의 부스터샷 접종률은 1.3%”라며 “이미 2차 접종 이후 시간이 꽤 흘렀고, 변이에 대한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위중증 환자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3차 접종 속도전…방역 완화는 NO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3차 접종률이 높아 오미크론 확산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부스터샷 접종률은 47.2%다.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는 54.7%, 60세 이상 고령자 기준으로는 84.1%의 접종률을 보인다. 다만 3차 접종 10주 뒤부터 효과가 떨어지는 부분은 정부가 고민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3차 접종 후라고 해도 10주 뒤에는 오미크론 변이 예방효과가 40%까지 떨어지는데 4차 접종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아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20일 브리핑에서 “10주 뒤 예방효과가 40%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위중증ㆍ사망 예방 효과는 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오미크론의 경우 전파력이 워낙 세다 보니 감염 확산은 일정 부분 감수하고 가야 한다"며 "특히 고위험군은 감염예방보다는 위중증으로 가는 걸 막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접종까지 끝낸 고위험군의 경우 감염돼 약하게 앓고 지나가면 오히려 면역이 더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처럼 섣부른 방역 완화를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거리두기는 당분간 지금 이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마스크 착용도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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