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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7년 만에 최고 찍었다, 인플레 압력 재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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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올해 배럴당 100달러가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예멘 반군의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공격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영향이다. 기름값이 상승에 인플레이션 압력도 더 커지며 경제 전반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올 태세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9% 오른 배럴당 85.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날보다 1.2% 오른 배럴당 87.51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미국의 셰일 오일 등장으로 유가 하락이 본격화됐던 2014년 10월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곳곳에서 불거지는 지정학적 갈등이다. 지난 17일 예멘 반군 후티가 무인기를 이용해 UAE 아부다비의 국제공항과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서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계 8번째 석유 생산국인 UAE에 대한 공격으로 공급 우려가 커진 탓이다. 반군이 추가 공격을 예고한 만큼 원유 생산에는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10년물 국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역시 불안 요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원유 재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멘 반군의 UAE 공격뿐만 아니라 산유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도 원유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세계 2대 산유국이다.

증산을 약속했던 OPEC+ 회원국들의 실제 산유량이 목표치를 밑도는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7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회원국으로 이뤄진 OPEC+는 2020년 합의했던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지난해 8월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달 OPEC 회원국은 할당된 증산량(일 25만 배럴)에 못 미치는 15만 배럴을 증산했을 뿐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공급 불안 요인은 커지고 있지만 원유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OPEC은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42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도 1월 월간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362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렌트유가 올해 하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 배럴당 10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건은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배럴당 125달러, 내년에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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