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역지사지(歷知思志)

화산

중앙일보

입력 2022.01.19 00:16

지면보기

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지난 15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해저 화산 폭발로 세계의 눈과 귀가 섬나라 통가에 쏠려 있다. 한반도 역시 화산 안전지대는 아니다.

“함경도 부령에 이달 14일 오(午)시에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때로 혹 누른빛이 돌기도 하면서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아 있는 듯하여 몹시 무더운 기운에 사람들이 견딜 수가 없었다. (…) 흩날리던 재는 마치 눈과도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두께가 한 치(寸)가량 되었다. 걷어보니 마치 모두 나무껍질이 타다 남은 것과 같았다.”

역지사지

역지사지

숙종 28년(1704년) 5월 20일 『조선왕조실록』에 남겨진 기록은 조선이 재앙 직전까지 갔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당시에는 그저 기이한 자연현상으로 생각했지만, 현대 지질학자들은 백두산의 화산활동으로 추정한다. 다행히 이때는 화산이 폭발하지 않아 대규모 재난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때 백두산 화산은 발해 멸망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10세기 백두산에서 거대한 화산폭발이 일어났으며, 이때를 노린 거란의 공격에 발해가 손도 쓰지 못한 채 멸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동안 치열했던 찬반양론은 얼마 전 해소됐다.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해 백두산에서 채취한 각종 자료를 근거로 화산은 946년 이후 폭발했으며, 발해 멸망(926년)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백두산의 오랜 ‘혐의’가 벗겨진 순간이었다.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