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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석열 무속 고리 못 끊으면 지도자 자격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18일 '무속인 개입 논란'이 불거진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대위 안내판의 네트워크본부 이름 부분이 가려져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18일 '무속인 개입 논란'이 불거진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대위 안내판의 네트워크본부 이름 부분이 가려져 있다. 뉴스1

‘건진 법사 선대위 관여’ 또 불거진 ‘무속 논란’

비선 실세 폐해 잊었나…오해 사는 자체가 문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또 ‘무속 논란’에 휘말렸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전모씨가 선대위에서 활동하며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전씨가 선대본부 일정이나 메시지,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전씨의 딸과 처남이 선대본부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억울하다는 반응이지만, 전씨가 새해 첫날 선대위 네트워크본부를 찾았을 때 직원들을 소개해 주며 윤 후보의 어깨 등을 두드리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가까운 사이라는 논란이 더해졌다.

일부 언론은 전씨가 단독주택에 차린 법당에서 무속 활동을 했으며, ‘마고 할미’ 신상을 모시고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국민의힘 측은 전씨가 무속인이 아니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자신들과는 완전히 별개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전씨가 선대위 직책에 임명된 적이 없고 ‘악의적인 오해’라고 항변하지만, 이런 오해를 사는 것 자체가 문제다.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천공 스승’이 멘토 역할을 한다는 시비가 일었다. 경선 후보 TV토론에선 왼쪽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고 나와 곤욕을 치렀다. 여기에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7시간 통화’ 방송에서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이랑 삶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것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이 어제 전씨가 활동했다는 네크워크본부를 해체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윤 후보 주변에 무속 관련 인물이 스무 명이 넘는다는 식의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속 논란이 심각한 것은 우선 ‘비선 실세’의 폐해 때문이다. 최순실의 국정 개입은 박근혜 정부를 파국으로 몰고 간 발단이었다. 네트워크본부는 윤 후보의 정치 입문 무렵부터 함께한 조직이라는데, 전씨가 검찰총장 시절부터 윤 후보에게 각종 사안에 조언해 준다며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장막 뒤에서 권력자에게 영향을 끼치며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구태의 싹이 자라는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 무속 관련 내용이 회자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조상 묘를 길지로 이장한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거나, 당사 터를 놓고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었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후보나 가족과 관련해 무속인 논란이 지금처럼 큰 적은 없었다. 행정부 수반이자 국군통수권을 가진 대통령은 정부 부처를 망라하는 정확한 정보와 세계 질서를 관통하는 판단력, 그리고 시대를 앞서는 통찰력으로 냉정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국정에 길흉화복을 남에게 묻는 무속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윤 후보가 무속인과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지 못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