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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도전 첫 파리女시장, 굴욕의 아이콘 됐지만 "포기는 안해"

중앙일보

입력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 대권에 도전장을 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사진은 지난 13일 연설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 대권에 도전장을 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사진은 지난 13일 연설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좌파 정치인들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안느 이달고가 희망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지난해 9월2일 프랑스발로 낸 기사 제목이다. 불과 4개월이 지났지만 17일 현재, 위의 제목에서 ‘희망’은 ‘절망’으로 바꿔야할 판이다.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파리 시장에 당선한 이달고(62)의 지지율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4%에 불과하다. 그나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이달 보도에 따르면 3%대다. 프랑스는 대통령 선거에서 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에겐 선거 비용을 보전해준다. 한국은 유효 득표수의 15%를 얻으면 100%, 10%이상 15% 미만이면 50%를 보전해준다. 한국에 비해선 프랑스의 선거 보전 비용에서 관대한 셈인데, 이달고는 이조차도 못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달고의 출발은 초라하지 않았다. NYT 보도처럼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그는 좌파의 희망이었다.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5%대를 유지하다 10월을 거치면서 뚜렷한 하향세를 그렸다. 그가 중도좌파 성향인 사회당(PS)의 대선 후보로 정식 선출된 날이 지난해 10월15일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공교롭다. 정식 후보로 선출된 순간부터 인기가 하락한 셈이어서다.

지난달 지지자들 앞에서 인사하는 이달고 시장. AFP=연합뉴스

지난달 지지자들 앞에서 인사하는 이달고 시장. AFP=연합뉴스

이달고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좌파 진영 후보 난립도 문제인데다, 프랑스 유권자들의 우향우 성향이 짙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37%가 자신을 우파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2017년도에 비해 4%포인트 올라간 수치”라면서 “유권자의 20%만이 진보 성향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전했다. 좌파 진영의 파이 자체도 작아졌는데 그 파이를 조각내는 후보들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 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달고 시장은 지난달 좌파 진영 후보 단일화를 제의했지만 거부당했다.

피플

프랑스 선거일은 언제일까요? (힌트는 기사 끝에 있습니다)

올해 봄엔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대선이 치러집니다. 한국은 3월 9일인데요, 프랑스는 언제일까요?

A

Q1 : 프랑스 대선은 현재 시간 기준, 언제일까요?

정답 : 2번 4월 10일( 답은 3번입니다. 3월 9일은 한국 대선일이고, 4월15일은 북한이 가장 큰 명절로 쇠는 일명 '태양절', 김일성 주석의 생일입니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프랑스 좌파 진영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프랑소와 미테랑(1916~1996) 등 대통령을 다수 배출한 프랑스 진보 진영이 몰락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그리고 그 쇠락의 아이콘이 이달고 시장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0년전만 해도 프랑스의 좌파는 정치 지형을 호령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달고 시장은 물론 다른 어떤 후보도 결선까지 완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꼬집었다.

이달고 시장은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올 신년 일정 중 하나로 미테랑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한국 정치인들이 굳은 결심이 설 때마다 현충원을 찾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달고 시장은 ‘영감을 얻기 위해서 참배했다’고 헸지만 사실 이 참배 자체가 좌파의 몰락의 레퀴엠 같았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반(反) 이달고 성향인 것도 아니다.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 겸 거주지인 엘리제궁.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 겸 거주지인 엘리제궁. AFP=연합뉴스

이달고 시장 본인이 시정을 펼치는 과정에서 분열주의를 조장한 면도 없지 않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이민 온 노동자 계급 출신의 딸인 이달고 시장은 환경보호 및 성차별 철폐 및 노동 계급 보호를 위해 가시적 성과를 내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시장에 당선한 뒤 도로 개선 프로젝트를 8000개 넘게 추진하면서 보행자 및 전기차 우선주의를 표방한 것이 대표적이다. 파리 중심부의 1~4구엔 아예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대중교통은 전면 무료화하는 강경책을 관철했다. 당시 프랑스 언론에선 “(파리의) 택시 기사들은 이달고의 이름만 나와도 치를 떤다”고 전했을 정도다.

이달고 파리 시장의 구호 "프랑스를 다시 하나로"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이달고 파리 시장의 구호 "프랑스를 다시 하나로"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비판이 쏟아지자 이달고 시장은 “내가 여성 시장이라서 남성 운전자들의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라며 “대중교통 이용객의 절대 다수인 여성은 나를 지지한다”고 응수했다. 교통 정책에 대한 비판을 젠더 이슈로 갈라치기 한 것이다. 파리 올림픽 유치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며 2024년 여름올림픽 개최권을 획득하는 성과도 일부 거뒀으나 그는 분열주의 정책으로 더 기억된다는 게 FT와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는 4월10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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