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녹음 공개…여당은 침묵, 야당 "문제될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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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가 1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김씨가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인 ‘서울의 소리’에서 일했던 이명수씨와 지난해 7월 6일부터 6개월 동안 7시간 45분가량 통화한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김건희, “정보 업 해달라…잘하면 1억 줄 수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2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2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공개된 통화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크게 3가지였다. 먼저 김씨가 윤 후보 선거 캠프 운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듯한 발언이 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김씨는 이씨에게 “나중에 한번 (상황을) 봐서 우리 팀으로 오라. 캠프로 데려오면 좋겠다”(지난해 7월)고 말하거나, “(오면) 할 게 많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 ‘정보업’을 해서 정보 같은 것을 (발로) 뛰어서…”(9월)라고 말했다. “얼마를 주나”라는 이씨의 물음에는 “상의해봐야 한다. 잘하면 1억원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에서 이씨가 선거 전략 조언 등의 강의를 하게 하고 105만원 강의료를 현장에서 지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씨는 지난해 7월 윤 후보의 경선 캠프와 관련해 “캠프가 엉망이니 남편에게 다른 일정 하지 말고 자문받자고 했다. 그래서 다음 주에 (윤 후보가) 많이 쉰다”라거나, “유튜버 (성향이) 어떤지 관리 명단을 보내주면 내가 (캠프에 보내서) 관리하라고 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선거 운동 콘셉트 같은 것을 문자로 보내주면 정리를 해서 캠프에 적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리나 금전 제안 등은) 호감의 표시로 한 말이지 실제로 해주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며 “캠프 관련 발언도 순전히 가족으로서 옆에서 돕는 수준을 다소 과장해서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는 특정 이슈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도 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에 대해서는 “크게 펼칠 수사가 아닌데, (진보 진영이) 검찰을 너무 공격했다”며 “그래서 검찰하고 싸움이 났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정치 도전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이 (윤 후보를) 키워줬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는 “박근혜를 탄핵한 것은 보수”라며 “바보 같은 것들이 진보나 문재인이 탄핵 시켰다고 생각하는데 보수 내에서 탄핵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Me Too·성범죄 피해 폭로) 운동에 대해서는 “돈을 안 챙겨주니까 미투가 터지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미투를) 터뜨리면서 잡자고 한 것인데 뭣 하러 잡자고 하나. 사람 사는 게 너무 삭막하다”고 했다. 또 미투에 연루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언급하며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안희정 편”이라고 말했다.

몇몇 야권 인사들에 대한 발언도 했다. 김씨는 윤 후보의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을 언급하면서 “홍준표한테 날카로운 질문을 잘 해보라. (윤 후보 비판은) 별로 반응이 안 좋으니, 홍준표를 까는 게 슈퍼챗(유튜브 후원금)이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해선 “본인이 오고 싶어했다. 먹을 것 있는 잔치판에 왜 안 오고 싶겠나”라고 평했다.

유흥업소 의혹엔 “나이트클럽도 싫어하는 성격”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02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02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통화에서 본인을 둘러싼 의혹도 언급했다. 자신이 과거 유흥업소에서 ‘쥴리’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나는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차라리 도사들과 ‘삶은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그런 것(유흥업소)은 안 맞는다”고 했다. 양모 전 검사와의 동거설과 해외 여행설에 대해서는 “내가 뭐가 아쉬워서 부인 있는 유부남하고 동거하겠나”라며 “(해외여행은) 패키지로 놀러 간 것이다. (양 전 검사) 사모님도 가려다가 미국 일정 때문에 못 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방송 전 MBC측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윤 후보의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해선 “성 착취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MBC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MBC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 뒤 국민의힘에서는 대체로 “크게 문제 될 부분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후보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의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며 “후보 가족이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이명수씨는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이며, 불법 증거임을 알면서 방송에 내보낸 MBC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부적절한 방송”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 발언도 같은 수준으로 방송돼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말을 아꼈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부본부장은 방송 전 “오늘 MBC 스트레이트 방송 이후 공보단은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유권자 표심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케이터틀 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필승 결의대회 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케이터틀 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필승 결의대회 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방송을 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씨가 왜 실체도 불분명하고 윤 후보에 적대적인 강성 인터넷 매체와 위험한 대화를 나눴는지 이해가 안 된다”(초선 의원)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이씨는 김씨를 ‘누님’이라고 불렀고, 김씨는 이씨를 ‘우리 동생’이라고 부르는 등 격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익명을 원한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머니 법정구속 문제로 경황이 없던 김씨에게 이씨가 의도를 숨기고 도와줄 것처럼 접근했고, 이를 순진하게 받아들인 김씨가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방송 전 취재진과 만나 “방송 내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언급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내가 지금 방송을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같은 날 속초시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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