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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5억원 횡령 오스템 후폭풍…소액주주 1500여명 소송 준비

중앙일보

입력

국내 상장사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45·구속)씨 사건이 검찰에 넘겨졌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공범 여부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천215억원을 빼돌린 이모씨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천215억원을 빼돌린 이모씨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경법상 횡령 혐의 적용…공범 여부 조사

경찰은 이씨 가족들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 공모 여부, 이씨의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씨 가족과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 직원들이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앞서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4일 이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서울남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개인적으로 금품을 취득하기 위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며 ‘윗선’ 의혹을 부인했다. 이씨는 빼돌린 회삿돈으로 주식 종목 42개에 투자했지만, 761억여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761억원 규모의 손실금액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건설 박부장’ 재조명…예상 형량은

주요 기업 직장인 횡령 사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기업 직장인 횡령 사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회사의 피해 규모와 형량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4년부터 5년간 서류를 조작해 회사 운영자금 1898억원을 빼돌린 ‘동아건설 박부장’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횡령 규모가 크고 내부의 감시·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법원은 자금부장이었던 박모씨에게 징역 22년 6개월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했다. 그는 현재도 복역 중이다. 박씨가 거액을 횡령하는 과정에는 다수의 조력자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대법원의 횡령범죄 양형기준은 300억원 이상 범죄의 경우 일반적으로 5~8년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감경요소가 있을 경우 4~7년, 가중요소가 있을 경우 7~11년을 선고하게 되어 있다. 노종언 변호사(법무법인 에스)는 “이씨가 횡령한 회사 자금을 은닉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중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양형기준 이상의 엄벌에 처해질 확률도 꽤 높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청구 움직임…1500여명 몰렸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해 12월 31일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0일 오스템 측은 횡령 금액을 1880억원에서 2215억원으로 정정 공시했다. 석경민 기자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해 12월 31일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0일 오스템 측은 횡령 금액을 1880억원에서 2215억원으로 정정 공시했다. 석경민 기자

지난 3일 주식 거래가 중지된 오스템임플란트의 증시 퇴출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 등에서는 오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심사 과정이다.

거래소가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결정하면 거래 중단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면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매매는 오는 25일부터 재개될 수 있다. 거래소의 조사 상황에 따라 15일간 더 살펴볼 수 있어 다음 달 중순까지는 심사 대상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날까지 1500여명의 주주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액주주 40여명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위임 계약을 맺은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손해액을 계산하려면 현재 거래가가 필요한데 거래가 중단돼 기준 설정 방법을 고심 중”이라며 “횡령 시점을 밝힐 수사 상황과 거래소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손해액을 가정해 최대한 빨리 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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