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명 캐피털, GD누나 회사에 1000억 베팅...이젠 K패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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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의 지명도가 올라가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와 협업 대상이 되고, 명품 브랜드로부터 지원받는 젊은 디자이너도 등장했다.

H&M·자라, 한국 브랜드와 협업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 킴’은 스웨덴 H&M 그룹의 ‘앤아더스토리즈’와 협업을 진행한다. 오는 3월 24일 영국·미국·스웨덴 등 전 세계 주요 매장과 온라인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앤아더스토리즈의 모기업 H&M 그룹은 협업 전략을 잘 구사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H&M은 발맹·이자벨마랑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 컬렉션을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스웨덴 H&M 그룹의 앤아더스토리즈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 킴'의 협업이 진행된다.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스웨덴 H&M 그룹의 앤아더스토리즈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 킴'의 협업이 진행된다.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김민주 디자이너는 2020년 넷플릭스의 패션 오디션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에서 우승한 실력파 디자이너다. 2015년에는 H&M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9년에는 BTS(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의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패턴과 컬러를 즐겨 사용하며 우아한 실루엣의 의상을 주로 선보인다고 평가받고 있다. 김 디자이너는 “전 세계 유통 채널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민주 킴’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봄·여름 분위기에 맞게 기분이 좋아지는 컬렉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자라와 아더에러의 협업 프로젝트. 자라가 국내 브랜드와는 최초로 진행한 협업이다. [사진 자라]

자라와 아더에러의 협업 프로젝트. 자라가 국내 브랜드와는 최초로 진행한 협업이다. [사진 자라]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최대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꼽히는 ‘자라’가 한국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2014년 한국에서 설립된 아더에러는 감각적 디자인과 독특한 세계관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으로 견고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브랜드다. 자라가 국내 브랜드와 진행하는 최초의 협업 프로젝트로 한국을 포함한 스페인·미국·프랑스·중국·일본 등 10개 국가에 동시에 론칭했다. 자라와 아더에러의 만남은 일명 ‘자더에러’불리며 화제가 되었고 출시 날에는 국내 주요 자라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판매 몇 시간 만에 주요 제품이 모두 동나며 성공적인 협업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 6일 자라와 아더에러의 협업 제품이 발매된 서울 여의도 IFC몰 자라 매장에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 자라]

지난해 12월 6일 자라와 아더에러의 협업 제품이 발매된 서울 여의도 IFC몰 자라 매장에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 자라]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 1000억원 인수 계약도

K-패션 상승세의 원동력으로는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꼽힌다. 과거와 달리 한국에서 만들어져 세계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세계무대서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박소희 디자이너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미스 소희’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신진 디자이너로 마일리 사일러스, 카디비 등 할리우드 셀럽들이 그의 옷을 입어 명성을 얻었다.

지난달 22일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미스 소희를 지원하기로 결정해 또 한 번 주목받았다. 돌체앤가바나 측은 “미스 소희의 초기 컬렉션에서 비전을 느꼈다”며 “특히 장인 정신이 깃든 제작방법에서 돌체앤가바나와의 연관성을 발견해 그의 컬렉션을 지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는 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미스 소희의 컬렉션 무대가 열리며 이를 위한 자문 및 장소 제공 등의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돌체앤가바나의 듀오 디자이너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그리고 박소희 디자이너(왼쪽부터). [사진 돌체앤가바나]

돌체앤가바나의 듀오 디자이너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그리고 박소희 디자이너(왼쪽부터). [사진 돌체앤가바나]

한국 패션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사례도 나왔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권다미·정혜진 대표의 패션 회사 ‘웰던(WE11DONE)’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약 1000억원 안팎에 인수됐다. 지분 60%와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이다. 권다미 대표는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권지용)의 누나로도 알려져 있다.

세쿼이아캐피털이 투자한 패션 업체로는 프랑스 ‘아미(AMI)’와 캐나다 ‘에센스(SSENSE)’에 이어 세 번째다. 아시아 패션 브랜드로서는 첫 사례로 인수 금액 또한 아시아 패션 브랜드 최대 규모다. 권다미·정혜진 공동 대표는 편집숍 ‘레어마켓’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로 2015년 자체 브랜드 웰던을 론칭했다. 이후 네타프로테·파페치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으며 2020년 가을·겨울 시즌에는 파리 패션위크에도 정식 데뷔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웰던의 확장 가능성과 잠재적 성장성을 높이 인정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다미, 정혜진 대표가 전개하는 '웰던'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 [사진 웰던 공식 인스타그램]

권다미, 정혜진 대표가 전개하는 '웰던'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 [사진 웰던 공식 인스타그램]

인스타 DM으로 사업 진행, 디지털 플랫폼 활용 장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최근 K-패션의 선전에 대해 업계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오징어 게임과 BTS 등 K-컬쳐가 세계에서 인정받으면서 자연스레 한국 패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국 셀럽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그들이 입는 패션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서성호 무신사 해외사업팀 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이 성장하는 핵심 배경으로는 K-팝을 앞세운 국내 유명 아이돌들의 현지 팬덤이 꼽힌다”며 “아이돌 멤버들이 방송 또는 일상에서 입고 나오는 패션 상품이 해외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킨다”고 했다.

패션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켄달 제너가 한국 브랜드 '더오픈프로덕트'의 스티치 재킷을 입은 모습. [사진 핀터레스트 캡처]

패션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켄달 제너가 한국 브랜드 '더오픈프로덕트'의 스티치 재킷을 입은 모습. [사진 핀터레스트 캡처]

최근엔 해외 유명인들이 한국 패션을 자체적으로 소비하거나 착용하는 사례도 많다. 켄달 제너·린드라 메딘 등의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더오픈프로덕트’‘르비에르’ 등의 한국 브랜드를 입고 파파라치 사진에 찍히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출된다. 한국 브랜드의 선전이 K-팝에 기댄 것이 아니라 자체 경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디지털 플랫폼 활용에 있어 경쟁력이 높다. 수십억명의 글로벌 고객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디지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다. 패션 업계에서는 인스타그램 계정만 제대로 만들어놓아도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세계 주요 시장의 현지 바이어와 소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K-팝이 주목받은 것과 비슷하게, K-패션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능숙한 활용으로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며 “전체 패션 시장이 온라인으로 재편되는 시기에 플랫폼에 잘 올라탄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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