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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은 메타버스로 보너스는 주식으로…대표한테도 "OOO님"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구에 본사가 있는 유통회사에 다니는 A씨. 월요일 아침에는 집 근처인 경기도 일산신도시에 있는 거점 오피스로 출근한다. 목요일 저녁 퇴근 후 가족과 제주도에 내려가서 금요일 아침에는 제주도에 있는 거점 오피스로 출근한다. 7년차 직원인 A씨는 대표를 "OOO님"이라고 부른다. 대표도 A씨에게 "A님"이라 한다. 한 해 동안 좋은 실적을 낸 A씨는 연말에 추가 보너스로 주식을 배당받는다.

서울역 인근에 있는 CJ 거점 오피스. [사진 CJ]

서울역 인근에 있는 CJ 거점 오피스. [사진 CJ]

국내 유통업계의 근무 풍경이 이렇게 달라진다. 그간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던 유통업계에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이전세대보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MZ세대가 사내 주요 인력이자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근무 환경이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하는 공간’에 대한 변화다. CJ는 이달부터 거점 오피스인 ‘CJ Work On’을 도입했다.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근무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조성해 자기주도 몰입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우선 CJ 주요 계열사 사옥을 거점 오피스로 활용한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 CGV,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 경기도 일산신도시 CJ LiveCity에 160여 석을 마련한다. 향후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주요 지역, 제주도 등으로 거점 오피스를 확대한다.

CJ ENM도 지난해 10월 제주도 구좌읍 월정리에 CJ ENM 제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 달에 10명씩 총 30명이 숙박‧교통비로 200만원을 지원받고 이곳에서 근무했다. CJ 관계자는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을 선택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자율성에 기반을 둬 직원 스스로 업무 환경을 설계하고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다면 개인과 회사 모두의 경쟁력 강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티몬도 공간에 메이지 않는 가상 오피스인 ‘메타버스 오피스 출근’을 내걸었다. 올해 ‘전사 리모트&스마트워크’를 시행, 주요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장윤석 티몬 대표는“제주도에서, 창원에서, 부산에서, 태국에서 일해도 되며 일하는 장소는 중요치 않다”며 “공간의 자유를 얻은 만큼 성과 위주로 일하게 되고 산업화 시대의 업무 방식을 버리고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리‧과장‧차장‧부장이나 책임‧선임‧수석 같은 직급도 없앤다. 1년차 직원도, 20년차 직원도 같은 호칭을 쓴다. 롯데온이 대표적이다. 롯데온이 운영하는 롯데이커머스 사업부는 올해 ‘커리어 레벨제’를 시행한다. 수직적인 제도인 직급제와 달리 해당 직원의 전문성, 조직 내 역할이나 역량에 따라 레벨은 부여하지만 팀장‧팀원 외에 별도 직급은 없앴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개인별 직무 능력에 따라 승진도 빠르게 할 수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직급제에서는 신입사원이 수석으로 승진하려면 13년이 걸렸는데 레벨제에서는 그 정도 레벨까지 7년 만에도 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본사 16층 근무자 컴퓨터에 나타난 업무 종료를 예고하는 메시지. [사진 CJ ENM]

지난 7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본사 16층 근무자 컴퓨터에 나타난 업무 종료를 예고하는 메시지. [사진 CJ ENM]

‘주식 보너스’로 애사심 높여 

원격 회의 등을 활용해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오전 10~오후 3시 집중 근무 시간 외에는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탄력 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박달주 롯데온 경영지원부문장은 “‘커리어 레벨제’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 인사제도”라며 “기존 연공서열을 탈피해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공정한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인과 조직이 동반 성장하는 조직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사심을 높이기 위한 ‘주식 보너스’도 도입된다. CJ ENM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식 보상 프로그램’(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을 시행한다. 좋은 성과를 낸 직원에게 주식을 보너스(상여금)로 지급한다. 근무 기간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장기 근속 포상 제도의 주기도 단축한다. 3년, 5년, 7년, 10년마다 보너스를 지급하고 10년 이후에는 5년 단위다. CJ ENM 관계자는 “직원이 성과를 내 회사 가치가 상승하면 보상도 덩달아 상승한다”며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만큼 역량‧성과에 따른 파격 보상, 자기주도형 유연한 업무 환경 조성, 역량 있는 인재에게 새로운 업무 도전 및 리더 기회를 부여하여 최고의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탈바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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