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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완전히 다른 병…설 전 유행 시작돼 두 달 안에 끝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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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완전히 다른 병이라는 국내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중증도가 떨어지며, 국내에서 설 직전 본격 유행이 시작되면 최대 한 두달 내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파 방지에 방점을 둔 K방역 전략을 수정하고, 코로나 환자의 1차 진료를 동네 의원이 맡는 등 의료체계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 "오미크론은 코로나22, 유연한 방역하자"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예정부지에서 '오미크론 유행,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뉴시스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예정부지에서 '오미크론 유행,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뉴시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12일 ‘오미크론 유행,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 주제로 연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은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와 확연히 다른 바이러스”라며 “기존 바이러스는 폐렴을 잘 일으키는데 오미크론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이 세포에 침투하는 방식이 이전 바이러스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자 족보상 멀리 떨어져 있고, 특히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이 다르다”며 “이전의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사람 세포막에 들러붙어 합쳐진다면 오미크론은 세포막을 밀고 들어가 세포 안에 바이러스가 완전히 잡아먹히는 방식으로 침입한다. 따라서 폐렴을 잘 일으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자 절반은 무증상…오미크론은 ‘코로나22’

실제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임상연구센터가 2021년 12월 4~17일 초기 오미크론 확진자 40명을 관찰했더니, 절반 정도인 19명은 (47.5%)는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21명의 유증상자는 인후통과 열, 두통, 기침 등 상기도 감염 증상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약한 감기 증상이었다는 게 센터 설명이다. 증상은 평균 5.48일 지속했고, 후각·미각 소실이 11일간 이어진 환자가 1명 있었다.

의료원의 전재현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은 “증상이 있었던 사람 모두 치료나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 환자였고 중등증, 중증으로 악화한 경우는 없었다”며 “산소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없었고 해열제 치료가 꼭 필요했던 사람이 3명(7.5%)이지만 단기 치료로 끝났다”고 말했다. 흉부 CT(컴퓨터 단층촬영)에서 경미한 폐 침범이 확인된 환자는 6명(15%)으로 이 중 4명은 백신 미접종자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21년 12월 4~17일 오미크론 감염자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19명)은 무증상자였고, 유증상자의 경우 경미한 상기도 감염 증상을 보였다고 12일 밝혔다. 자료 의료원 제공

국립중앙의료원이 2021년 12월 4~17일 오미크론 감염자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19명)은 무증상자였고, 유증상자의 경우 경미한 상기도 감염 증상을 보였다고 12일 밝혔다. 자료 의료원 제공

전재현 센터장은 “지금껏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환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았다”며 “지금도 환자를 모으고 있는데 90명의 임상 경과도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근거로 중앙임상위는 오미크론을 기존과 달리 '코로나22'라고 구분해 불러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전 센터장은 “고령층 환자가 더 많아지면 중증 상태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두고 봐야 한다”며 “심한 병을 덜 일으키더라도 전체 감염자가 많으면 의료 부담이 커진다. 결국 전체 환자가 급증할 때 덩달아서 급증할 수 있는 고위험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유연한 방역으로…모든 병원서 코로나 진료해야”

오 위원장은 “여러 나라에서 (입원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등) 비슷한 데이터가 나오고 있고, 바이러스의 침투 기전이나 동물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오미크론의 독성이 델타보다 약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낮아도 면역저하자나 고령자에게는 감기(와 같다는) 가설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미크론은 무조건 감기다’, ‘오미크론은 폐렴을 일으키지 않는다’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며 “일반적인 감기라고 믿고 행동하다가는 큰 피해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가 빨라 방역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존의 엄격한 방역 수준을 상황에 따라 유연한 방역으로 바꾸고, 코로나 환자 진료도 기존 의료 서비스 체계 안에 넣으라는 설명이다.

오 위원장은 “방역의 목표는 전파 방지가 아니라 피해 최소화와 사회 기능 유지에 두어야 하며 엄격한 K방역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의료 기관이 진료에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 환자의 1차 진료는 동네 의원이 맡아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은 코로나 진료, 민간의료기관은 비코로나 진료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밀려들어 오는 코로나 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예정부지에서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뉴스1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예정부지에서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뉴스1

서울시의사회가 제시해 서울시에서 시행 예정인 동네 의원 참여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 환자 진료가 기존 의료 서비스 체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의료 대응이 된다”고 했다.

“두 달 안에 고비 넘길 것“

오미크론 유행이 설 직전 본격 시작돼 환자가 2~3일에 두 배씩 증가하고 한 두 달 뒤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이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라며 “이 고비를 넘는 데는 2개월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준비한 병실, 의료 인력과 물자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텐데 어쩔 수 없이 의료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정된 격리 병실이 아닌 일반 병실에도 환자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비응급 의료를 잠시 연기하고 업무 변경으로 인력을 확충하자”며 “신속 항원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 의료인 격리 기간도 10일에서 5일로 낮추자고 했다. 의료진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레벨 D’도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음압 병실에 대해서도 “치명률이 높고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에볼라같이 위험한 감염병 환자를 진료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라며 의료 방역을 유연하게 전환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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