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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박근혜 석방 반대' 논란 "기록 남아" vs "새빨간 거짓말"

중앙일보

입력

“2019년 말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는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현동 기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현동 기자

노 전 실장은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당 지도부와 여러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면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해왔다”면서도 누구가 그런 입장을 전해왔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당시 야당 지도부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공세를 취했지만, 노 전 실장은 11일 한발짝 더 나갔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당시 (사면 반대 취지의) 대화는 육하원칙에 따라 잘 정리돼 있다”며 “해당 내용은 당시 청와대 내부적으로 핵심 관계자들과 공유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팩트를 말했을 뿐이고, 기록도 남아 있는 것이냐”고 묻자 “네, 육하원칙에 따라 잘 정리돼 있다”고 했다.

노 전 실장은 이어 “자유한국당 지도부 중 한 분이 이런 입장을 얘기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나 석방이 TK(대구ㆍ경북) 중심의 신당 출현으로 이어져 (2020년 4월)총선에서 야권 표가 분산돼 어려움에 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신당과의 경쟁에서 TK라는 텃밭을 잃을 수도 있고 비례대표 의석의 상당 부분 상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청와대)는 분석했다”는 설명까지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 행사에 입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 행사에 입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청와대 내부적으로 핵심 관계자들과 공유했다"는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돼 사면 관련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직 청와대 고위관계자 중 일부는 “노 전 실장이 야당 지도부의 입장을 청취한 뒤 핵심 인사들과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노 전 실장을 두둔하고 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 정미경·신보라 의원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 정미경·신보라 의원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하지만 2019년 당시의 자유한국당 지도부 인사들은 펄펄 뛰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새빨간 거짓말이다 노영민은 책임질 각오부터 하라”며 “국가적 대사인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정치공작을 획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컷오프 발표에 불복해 무효 확인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지난 10일 노 전 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비방죄)과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그는 당시 “수시로 박 전 대통령의 석방과 사면을 건의하고 주장해온 고소인과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허위사실로 비방함과 동시에 명예를 훼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지난 7일 즉각 “전혀 사실무근이다. 들어본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11일에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번 법적으로 가면 어떨까 한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 후 창가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 후 창가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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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 원내대표는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공수처법 처리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한 논의를 한 적이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어떠한 형태의 제안도 한 적이 없다. 또 언제 청와대가 야당의 입장을 들은 적이 있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노 전 실장의 주장은 대선을 앞둔 야권에 대한 이간계이자, 자신의 충북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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