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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집’에 김포공항 이전까지…이재명·송영길 불안한 콜라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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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지난 달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지난 달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누구나집’으로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뤄드리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나집’(분양전환 임대주택) 공약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송영길 대표 체제의 민주당 부동산특위 공식정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최근 경기·인천 6개 지역, 1만여 세대에 적용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적었다.

‘누구나집’은 지난해 5월 전당대회 출마하면서 밀기 시작한 송 대표의 대표 정책 상품이다. 최초분양가의 10%를 내고 주택매수청구권을 갖게 된 임차인에게 거주 10년이 지나면 최초분양가로 매수할 기회를 주는 게 기본 골격이다. 복잡한 구조에 민주당에선 “송 대표와 가까운 유동수·박정 의원만 이해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지난 9일 밤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지난 9일 밤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송영길표’ 주거 정책이 대선 공약에 담기자 민주당에선 뒷말이 나왔다. ‘누구나집’은 같은 날 두 차례에 걸쳐 이 후보 페이스북에 소개됐다. 오전 11시에 올라온 첫 글에선 ‘누구나집’이 부동산 공급책 중 하나로 소개됐지만 오후 7시47분 추가로 올린 글엔 이 정책에 대한 설명과 찬사만 870자로 따로 다뤄졌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송 대표 측의 ‘누구나집’을 강조해달라는 요청에 정책본부에서 서둘러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후보의 대표적 주거 안정 공약인 ‘기본주택’(장기 임대주택)과는 결이 다르다”며 “공약에 반영된 건 송 대표가 줄기차게 요구한 결과”라고 귀띔했다.

‘김포공항 부지 활용’ 보고서 들고 이재명 찾아간 宋

김포공항 이전 검토도 송 대표의 제안에 이 후보가 호응한 결과다. 이 후보는 11일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신규택지로) 김포공항·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서울권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김포공항 이전이 여전히 살아있는 택지공급 대안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포공항 이전안’은 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공항에 흡수시킨 뒤 255만평의 부지에 최소 30만호의 신규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역시 송 대표가 발원지였다. 송 대표가 지난해 말 이 후보에게 처음 내놓은 이 방안은 서울 서남권과 인천 동부권을 묶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는 큰 그림의 일부다. 송 대표의 지역구(인천 계양을)는 김포공항과 인접해있다.

송 대표 설득은 지난달 19일 “김포공항 공약을 내실 있게 준비하라”(고위전략회의)는 이 후보의 지시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의원총회에선 서울권 의원들의 집단 반발이 터져 나왔다. “서울시민 편익이 감소할 수 있다”(기동민 의원)는 등의 우려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11일 인천 연수구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송 대표 휠체어를 밀면서 입장했다.(오른쪽)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11일 인천 연수구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송 대표 휠체어를 밀면서 입장했다.(오른쪽) 연합뉴스

파열음이 커지자 송 대표가 택한 건 오히려 이 후보 설득을 통한 ‘돌파’였다. 그는 지난 7일 열린 부동산 공급TF 회의에 참석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관철하겠다”며 TF에 보고서를 다듬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밤 송 대표는 ‘김포공항 이전 부지 등 활용 보고서’를 지참한 채 인천 모처에서 이 후보와 단 둘이 만났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11일 중앙일보에 “이 후보는 공약화 문제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 후보는 서울권 의원들 반대에 신경을 쓰는 상황이라 공약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케미 좋다”는 宋·李 협업에 우려 목소리도 

갈등을 겪어 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에 비해 “케미가 좋다”(선대위 핵심관계자)고 알려져 온 송 대표와 이 후보의 ‘콜라보(collaboration·협업)’에 대해 최근 당내에선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수도권의 다선 의원은 “사이가 좋은 건 다행이지만 송 대표의 저돌적 요구를 후보가 마지못해 수용하는 일이 느는 모양새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양상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실장급 의원은 “경선과정에서 경선연기론 등 ‘반명’(반이재명) 연대의 공세 속에서 이 후보를 보호해 준 송 대표에 대한 인간적 고마움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선대위 인선 발표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운데)가 송영길 대표(오른쪽), 이재명 후보(왼쪽)와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선대위 인선 발표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운데)가 송영길 대표(오른쪽), 이재명 후보(왼쪽)와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송 대표는 이 후보와 조율되지 않은 어젠다를 던지는 일도 적지 않다. 지난달 26일 언론인터뷰에서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지만 같은 날 이 후보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송 대표는 지난 4일 국회·한국행정연구원 공동 세미나에 나와선 “책임총리제와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 국회 추천제에 대해 “‘여소야대’일 경우 국정 마비 사태가 올 수 있다”(지난달 30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고 밝힌 이 후보와는 방향이 다른 주장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송 대표가 이 후보 당선 여부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되다보니 열심히 뛰는 것”이라면서도 “대선 국면에서 후보보다 앞서 정책이나 전략을 내지르는 것은 내외부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다리 부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송 대표는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5박6일 간 부산·경남(PK) 지역을 돌며 이 후보 지지세를 다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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