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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뿌리 빼가나” 개미 잡는 물적분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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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하는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간다. 11~12일 국내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어 18~19일 일반 투자자 청약 신청을 받고 27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총 공모주식수 4250만주, 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25만7000원~30만원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예상 시가 총액은 70조원으로 삼성전자(467조원), SK하이닉스(92조원)에 이어 단번에 시가총액 3위다.

하지만 LG화학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들 속은 탄다. 물적분할 결정 발표 후 102만8000원(2021년 2월5일)까지 상승세를 타더니 이날 주가는 71만원으로 최고가 대비 30%가량 떨어졌다.

물적분할 논쟁은 올해 내내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올해 IPO 대어로 꼽히는 SSG닷컴은 이마트에서 물적분할해 상장하는 자회사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뱅크·페이·게임즈에 이어 올해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도 분할한 뒤 상장할 계획이다. CJ는 인적분할한 자회사 CJ올리브영을 상장 예정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 주주에게는 신설 자회사 주식을 주지 않는다.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의 지분은 낮아지게 된다. 문제는 알짜 자회사가 상장하면 그만큼 모회사의 기업 가치가 깎이면서 주가 하락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호황기땐 드러나지 않지만 최근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며 거품이 빠지자 (지주사) 디스카운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카카오엔터와 모빌리티까지 상장할 경우 카카오는 껍데기만 남는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물적분할을 선호하는 것은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지배주주의 보유 주식 비중은 줄어들지만, 물적분할을 하면 자금은 자금대로 유치하면서 모회사 지분을 희석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배주주도 주가 하락의 피해를 보긴 하지만, 이들에게는 (기업) 지배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물적분할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LG화학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LG화학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국도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기업들이 주주 소송과 반발을 고려해 자제한다. 구글의 경우 지주회사 알파벳을 상장한 뒤 기존 주식시장의 자회사를 모두 상장 폐지했다. 이 교수는 “주주 반대나 주주권 행사를 두려워 하지 않기 때문에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것을 가장 쉬운 자금조달 선택지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인투자자 원성이 커지자 양당 대선주자 모두 물적분할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동시 상장 금지와 모회사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거래소도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다. 물적 분할 후 상장할 때 주주소통이 있었는지와 주주보호책이 있었는지 등 여부를 앞으로 보다 면밀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LG엔솔, 9조 투자해 배터리 생산 3배 늘린다=한편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IPO를 통해 마련할 최대 12조7500억원의 자금 중 2024년까지 5조6000억원을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늘리는데 투자한다고 밝혔다. 오창공장에는 2023년까지 6450억원을 투입한다. 유럽과 중국 공장에도 2024년까지 각각 1조4000억원과 1조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총투자금액은 8조8450억원에 달한다.

권 부회장은 “2025년까지 6개국에서 40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의 생산 능력은 155GWh다.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 황 배터리 같은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이 밖에 ▶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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