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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원금 100만원 지급 첫날…"돈 말고 시간이나 풀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24시간 카페. 최대 100명이 앉을 수 있는 약 224㎡(약 68평) 공간에는 네다섯명의 손님이 전부였다. 카페 사장 김모(53)씨는 “지금만 손님이 없는 게 아니다. 저녁에는 사람이 없어 9시까지 문을 열어도 소용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6일 오후 2시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카페 모습. 손님이 거의 없어 텅 빈 상황이다. 양수민 기자

6일 오후 2시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카페 모습. 손님이 거의 없어 텅 빈 상황이다. 양수민 기자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2차 방역지원금 100만원 지급이 시작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원금 100만원을 누구 코에 붙이냐는 지적부터 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실 모르는 정부…폐업하고 싶어도 못한다”

자영업자들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더는 버틸 수 없는 현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방성업(45)씨는 “밀린 월세와 재료비를 낼 수 없어 폐업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페 사장 김씨는 “9시로 시간 제한되고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위에서만 대책회의를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현장에 나와서 눈으로 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차 방역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6일, 카페 사장 김모씨가 방역지원금을 신청하려는 모습. 양수민 기자

2차 방역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6일, 카페 사장 김모씨가 방역지원금을 신청하려는 모습. 양수민 기자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에 1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씨는 “이번 달에만 2000만원 손실인데 100만원을 누구 코에 붙이겠냐”며 “돈 안 줘도 되니 24시간 영업할 수 있도록 시간이나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씨도 “차라리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있게 인원제한을 풀거나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장사라도 잘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뤄진 2차 방역지원금 지급은 지원대상을 1차보다 넓혀 시행됐다. 1차 때 제외됐던 1인 경영 다수 사업체 운영자 2만 8406명이 포함됐고, 숙박업과 이‧미용업 등 방역 조치 강화에 따른 간접 피해업종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지급 대상에 추가된 업종에서도 지원 금액을 보는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숙박업을 하는 김모(38)씨는 “코로나19 이후 손실이 6억원에 달하는데 100만원이 무슨 소용이겠냐”며 “정부가 땜질식으로 ‘이거 줬으니 조용히 하라’며 무마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을 버티고 있는 숙박업주들에게 100만원은 정말 먼지 수준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빚은 늘고 이익은 감소…정부 지원 확대해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의 빚도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소상공인이 보유한 총부채는 294조 4000억원으로 2019년보다 47조 7000억원 늘었다. 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1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3.1% 급감했다. 매월 16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이 가게의 불을 끄고 '소등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7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이 가게의 불을 끄고 '소등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자영업자 단체들은 정부가 ‘100만원 지급’이 아니라 ‘100%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실장은 "땜질식으로 보상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추경을 통해서라도 쌓인 손실을 보상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자총연대 대표는 “자영업자 전체에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집합금지‧집합제한 된 업종에 한해 밀착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국의 경우 자영업자 피해 금액의 80%를 지원해 소상공인이 무너지지 않게 도움을 줬다”며 “자영업자가 살아남아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국가 경제를 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두터운 손실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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