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법원 경고 받은 방역 패스…정교하게 허점 다듬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학원·독서설·스터디카페 등 교실 밖 학습시설에 대한 방역 패스 의무화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 측이 방역패스 안내문을 떼어내고 있다. [뉴스1]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학원·독서설·스터디카페 등 교실 밖 학습시설에 대한 방역 패스 의무화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 측이 방역패스 안내문을 떼어내고 있다. [뉴스1]

기본권 제약한 획일적·일방적 지침에 제동

방역 불복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조정하길

서울행정법원이 그제 학원·독서설·스터디카페 등 교실 밖 학습시설에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를 의무화한 정부의 조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6일부터 학습시설에 방역 패스를 의무화하자 반발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백신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교육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란 것이 법원의 판단 취지다.

법원 결정 이후 복지부가 어제 항고했지만, 1심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당 기간 학습시설 방역 패스 의무화 조치의 효력이 정지된다. 이에 따라 학습시설에서 확산 중인 청소년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선 밀집도 제한 등 별도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게다가 3월 1일로 예정된 18세 이하 청소년 방역 패스 확대 조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

법원의 이번 가처분 결정은 일반 학습시설에 국한된 것이므로 정부는 방역 패스 무용론 등 확대 해석이나 오해를 불식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난달 31일 식당·카페 등에 대한 방역 패스 적용 중단을 주장하는 가처분이 신청된 상태여서 유사한 결정이 나올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학습시설과 유사한 결정을 할 경우 정부의 방역 패스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자칫 잘못하면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고, 방역의 대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기존 방역 대책이 행정편의주의적 관점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률적·획일적·정치적 방역에서 벗어나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과학적·합리적 방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예컨대 당장 오는 10일부터 마트·백화점에 방역 패스를 의무화하기로 하자 불만이 터져나온다. 버스·지하철은 미접종자도 아무 제약 없이 이용하는데, 생필품을 사러 혼자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것도 차단하면 어쩌라는 것이냐는 호소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약 98%가 미접종자여서 방역 지침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방역 지침의 수용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이 수긍하고 따를 수 있는 ‘방역 2.0’을 계속 고민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기 바란다. 예컨대 가장 불만이 많이 제기되는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획일적 인원 제한을 넘어 면적 기준 등 좀 더 과학적인 방역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다음 달 중엔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 변화를 두루 반영해 방역 지침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