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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메르켈은 이과 출신”…보수층 파고드는 ‘이과’ 안철수

중앙일보

입력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4일 대한노인회에 신년인사차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며 김호일 회장(가운데)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4일 대한노인회에 신년인사차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며 김호일 회장(가운데)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신년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연일 보수층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3일 새해 첫 일정으로 대구·경북(TK)을 방문한 데 이어 4일엔 노인 단체를 찾았다.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경쟁할지도 모를 국민의힘이 선거대책원회 개편을 둘러싼 내홍을 겪는 사이 잰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안 후보는 서울 효창동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사무실을 찾아 지지 기반이 약한 노인 세대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30~31일 진행된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60대 이상 5.9%로 전체 지지율(10.1%)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는 “노인 세대는 대한민국이 정말 어려울 때 독일에 간호사 광부로 나가시고, 중동에 건설 현장으로 나가시고, 베트남 전쟁에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외화를 가져와서 대한민국 건설의 기초를 닦으신 분들”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이 분들을 제대로 대접해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손주 돌봄 수당 신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자신의 공약을 언급하며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님들에게 아이 한 명당 매달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전날에도 TK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 참석하는 등 국민의힘의 빈틈을 노리는 모양새다. 전날 방문은 안 후보가 지난달 19일부터 3박 4일간 TK를 찾은지 12일만에 또 다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신년 첫 일정은 안 후보가 직접 제안했다. 현재의 지지율 상승은 안 후보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을 찾아 ‘이과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KITRI 임직원과 화이트 해커(해킹 공격을 하는 블랙 해커를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해커) 지망생 등 50여명을 대상으로 ‘미·중 신냉전 하의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21세기 들어 급속하게 성장한 중국과 독일의 성장을 이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각각 화공과, 물리학과 출신”이라면서 “사실에 근거해서 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이과 리더십이 두 나라를 성공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역시 이과 계열(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안 후보 측은 당분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벌이는 네거티브 공방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거대 양당의 부정적 경쟁에 맞서 긍정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는 독자 행보를 지속해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날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근 야권 후보 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 미래 담론을 계속 말하고자 한다”고만 답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인사 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다른 당 사정이라 뭐라 말하긴 어렵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만 짧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에 대한 견제구는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전날 이재명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과 안 후보의 1대1로 경쟁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 “나만이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응수했다.

국민의당은 최근 안 후보 지지율 상승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향후 펼쳐질지도 모를 단일화 경쟁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이 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서 미리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권력에 줄 대기 하는 모습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후보의 말처럼 설 전후로 트로이카 체제를 만든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움직이고 있지만 사실 그 이후의 선대위 목표 지점은 분명하지 않다”며 “윤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계속 언급된다면 불리한 건 우리 쪽인 만큼 국민의힘 선대위 개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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