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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취한 운전자에 실탄 11발쏜 경찰…경찰청장 “잘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9일 자정쯤 울산시청 별관 지상 주차장에서 “탕”하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찰이 마약을 한 뒤 난폭운전을 하는 30대 A씨를 제압하기 위해 차량 앞바퀴에 쏜 실탄이었다. A씨는 경찰 사격에도 차를 탄 채 도망가려고 했다. 앞을 가로막은 경찰차를 뚫고 나가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주변에 주차된 차를 이리저리 박으며 난동을 피웠다.

지난달 29일 울산시청 별관 주차장에서 마약을 한 조직폭력배의 차량이 순찰차를 들이받으며 도주하자 경찰관이 타이어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울산남부경찰서]

지난달 29일 울산시청 별관 주차장에서 마약을 한 조직폭력배의 차량이 순찰차를 들이받으며 도주하자 경찰관이 타이어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울산남부경찰서]

A씨를 제압하기 위해 경찰은 차 바퀴 등 주변에 공포탄 4발, 실탄 11발을 쐈다. 굉음이 울려 퍼지고 A씨가 주춤하는 사이 경찰관 한 명이 나서 운전석 창문을 깨기 시작했다. 결국 깨진 창문 사이로 경찰이 테이저건을 쏴 A씨를 제압했다. 영화에서 나올 법한 심야 도주극이 경찰의 실탄사격으로 끝난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날 0시 51분쯤 울산 남부경찰서에 “음주운전을 하는 차가 있다”는 112 신고였다. 경찰이 울산지방검찰청으로 출동해 A씨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했으나,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당시 출동한 경찰관 중 한 명이 A씨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 과거 강력팀 시절 마주쳤던 조직폭력배라는 걸 알아챘다. 실랑이가 이어지자 A씨는 차를 몰고 울산지방검찰청 주차장 입구 차단기를 파손하고 달아났다.

경찰이 순찰차 6개로 추적하자 A씨는 울산시청까지 3.8㎞가량을 내달려 울산시청 별관 앞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경찰이 A씨를 제압하기까지 일반차량 16대, 순찰차 4대가 파손됐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지역 조직폭력배인 A씨가 이날 마약을 하고 환각 상태에서 차를 몰았던 것으로 보고,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4일 오전 11시 울산 남부경찰서를 방문해 당시 범인 검거에 기여한 현장경찰관들을 격려하고 유공자 표창을 수여했다.

김 청장은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는 당당한 공권력을 보여준 사례다”며 경찰관들을 격려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에 부실 대응했다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진 뒤 물리력 대응을 강화하는 추세다. 김 청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필요한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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