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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난 손학규에 단련된 사람, 거취 변함없다" 난리통에도 사퇴 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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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폭풍우’가 몰아친 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회를 준비하며 신지예 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사퇴소식을 접하고 있다. 2022.1.3 김경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회를 준비하며 신지예 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사퇴소식을 접하고 있다. 2022.1.3 김경록 기자

이 대표는 선대위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이날 오전부터 “제 의사표시를 자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선대위 전면 개편”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언론이 아는 내용 이상으로 알고 있지 못하다. 어떤 형태로 최종 귀결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평가나 의사표시를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도 오늘 많은 고민을 하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2시 당 의원총회에도 불참했다. 전직 사무총장인 한기호 의원과 오찬을 함께 한 뒤부터는 당 대표실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제기된 ‘당 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하겠다’며 이 대표에게도 사퇴를 압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이 대표와 따로 만난 한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에 “지금 이 대표가 사퇴할 때가 아니다. 지금 지도부 총사퇴하자는 건 패배하자는 이야기”라며 “대표도 사퇴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4시 40분쯤 당 대표실에서 잠시 나온 이 대표는 일부 기자들과 만나 사퇴 여부에 대해 “나는 손학규(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단련된 사람”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이던 2019년 당시 사퇴를 거부하는 손 전 대표에게 항의하며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일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사퇴’ 카드를 들고 나온 데 대해 “대의를 위해 희생을 선택하시면 즉각 대체 멤버를 준비하겠다”며 공석에 다른 최고위원을 임명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누구를 임명할 거냐’는 질문에는 농담조로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임명할 수도 있지”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당헌ㆍ당규에 따라 (최고위원들과)분리 선출된 당 대표는 최고위원직 공석이 발생하면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받은글’ 형태로 비공개 의총에 참석 중이던 의원들에게 전해졌다. 의총장에서 한 의원이 이 내용을 소리내 읽자 의원들이 술렁였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은 “대표가 의총에 왜 안오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의총에선 이 대표 사퇴론이 분출했다.

의총 직후 배현진 최고위원이 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에게 이같은 분위기를 전달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러 (기자들에게)장난스럽게 말한 거냐’고 물었더니 이 대표는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지금 심각한 상황인데 불난 데 기름 붓는 꼴이 된다. 앞으로 좀 무게감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나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늦게 기자들과 만나서도 “제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총에서 불거진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의견을 다 수렴했다.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내일 오후쯤에는 상황을 보고 할 말이 있으면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모든 의원들이 당직 사퇴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실제로 그게 이뤄졌는지 잘 모르겠다. 사무총장이 사퇴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 사무총장은 권성동 의원으로, 이 대표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지칭해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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