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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만에 1호점들마저…외식업‧마트‧뷰티숍까지 줄줄이 폐점 행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철거가 진행 중인 KFC 종로점. 최현주 기자

3일 철거가 진행 중인 KFC 종로점. 최현주 기자

3일 오전 찾은 서울 종로구 KFC 종로점은 철거가 한창이었다. 전날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이미 간판을 비롯해 내부 집기도 모두 치운 빈 상가였다. KFC 종로점은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KFC의 국내 첫 매장이다. 1984년 개점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데이트 명소로 꼽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대학생인 주인공이 소개팅을 한 장소도 이곳이다.

‘응답하라 1994’ 소개팅 장소로 부각

지난달 23일엔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 북구 칠성동 홈플러스 대구점이 마지막 영업을 했다. 97년 9월 개점 이후 24년 만에 문을 닫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첫 매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자 폭이 커지면서 더는 감당키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에 ‘1호 매장’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외식 브랜드를 비롯해 대형마트, 뷰티숍까지 줄줄이 폐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입장에선 1호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적자를 견디지 못해 결국 문을 닫는 상황으로 몰렸다.

3일 폐점한 KFC 종로점 개점 당시. [사진 KFC]

3일 폐점한 KFC 종로점 개점 당시. [사진 KFC]

지난달엔 롯데GRS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인 빌라드샬롯 1호점인 롯데월드몰점이 문을 닫았다. 2014년 문을 연 이 매장은 롯데리아(79년) 이후 롯데가 처음 만든 자체 외식 브랜드다. 개점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매장을 방문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외식 브랜드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유니클로는 국내 첫 매장인 잠실점 문을 닫았다. 2005년 문을 연 후 16년 만이다. 글로벌 뷰티숍인 세포라는 국내 진출 2년 만인 지난 2일 명동점 문을 닫았다.

비대면 문화 확산에 매출 급감 

주요 브랜드가 1호 매장문을 닫는 데는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됐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 배달‧온라인 쇼핑 확대로 매장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KFC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974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보다 5.9% 감소했다. 하지만 일 년 새 영업이익은 80.3% 감소한 7억7000만원에 그쳤다.

유니클로 코리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883억원의 적자(2019년 9월~2020년 8월)를 봤다. 이 때문에 2019년 8월 190개였던 국내 유니클로 매장은 현재 135개(7월 말)로 30% 줄었다.

개점 이후 해당 상권이 쇠퇴한 것도 이유다. 1호점은 전체 매장 중 운영 기간이 가장 길다. 개점 당시 주요 상권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며 상권이 위축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종로가 대표적이다. KFC 종로점이 문을 연 90년대 종로는 서울 5대 상권으로 꼽혔다.

최근 문을 닫은 주요 매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문을 닫은 주요 매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관철동 ‘젊음의 거리’를 비롯해 YBM 등 유명 학원 프랜차이즈가 모여 있어 대학생 등 젊은 층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건물 등 거리가 낡아가고 인근 삼청동이나 익선동, 을지로 등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2010년 들어 빛을 잃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지오다노 종로점이 문을 닫았고 할리스커피 종로본점도 폐점했다.

여기에 유지‧보수 부담도 작용한다. 건물 등이 낡은 만큼 재단장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어서다. KFC도 지난해만 23개의 매장을 새로 열거나 재단장했지만, 종로점은 폐점키로 한데 유지·보수 비용이 작용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1호점을 폐점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자동화로 인한 비용 감소 같은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직접 원인은 코로나19의 장기화인 만큼 정부도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같이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친화적인 정책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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