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김모(12)군은 돼지고기, 소고기, 견과류 등에 알레르기가 있다. 이런 9개 항원에 노출되면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김군 부모도 망고, 새우, 개 등의 항원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때 조영제 알레르기로 의식이 저하되는 등 쇼크 증세를 경험한 적이 있다.
김군 아버지 김씨(51)는 학원 방역 패스 적용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 김군의 접종을 고민하던 차에 찾은 이비인후과에서 의사는 백신이 항원들과 교차 반응을 일으켜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접종을 보류하는 게 안전하다는 의견을 줬다. 김씨는 이런 진단서를 들고 보건소에 갔지만,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예외 확인서를 받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에서 인정하는 대상자가 아니란 이유에서다.
'백신 구성물질 알레르기' 인정받으려면
30일 질병청에 따르면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예외 확인서’ 발급 대상자 중 건강상 문제로 예외를 인정받는 사유는 ▶접종 후 중대한 이상반응자 ▶항암제나 면역억제제 투여자 ▶백신 구성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이력이 있는 경우 등이다.
‘백신 구성물질’은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나 폴리소르베이트 등을 뜻한다. 피부과나 이비인후과 등에서 시행하는 일반적인 알레르기 검사는 대부분 먼지, 음식물 등 100여 가지 항원을 대상으로 한다. PEG와 폴리소르베이트에 대한 알레르기 검사는 알레르기 내과가 있는 대학병원 등에 가야 가능하다. 비용도 20~30만원선이다. 이런 검사를 받은 뒤 중증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진단서’가 있어야 예외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소견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김씨는 “병원에서는 유전도 있고 여러 알레르기가 있어서 안 맞는 게 안전하겠다고 하는데 보건소에서는 인정을 안 해주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그렇다고 아들에게 백신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피해가 생기면 그 책임은 접종을 결정한 당사자가 지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을 경험했더라도 접종증명 예외 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상반응 신고 후 ‘접종을 연기·금기한다’는 질병관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승인은 질병청의 사례 심사 후 지역 보건소에서 문자로 안내한다.
조현영(25)씨는 9월 17일 화이자 2차 접종 나흘 뒤부터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고 흉통과 호흡 곤란이 와 응급실을 찾았다. 심전도나 혈액검사 결과 등은 정상이었지만 증세가 두 달간이나 지속됐다. 병원에서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두 번 신고 했지만 접종증명 예외 대상에 들지 못했다. 조씨는 “자는 동안 어떻게 될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지금도 3차 접종을 하라는 문자가 계속 오고 있지만, 방역 패스 유효기간이 끝나더라도 추가접종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20대 여성 A씨는 9월 16일 모더나를 접종했고 이틀 뒤부터 허리와 하반신이 찌릿찌릿하더니 감각이 사라졌다. 이상접종 신고를 했지만 역시나 인정받지 못했다. 며칠 뒤 2차 접종을 하라는 문자가 왔지만, 예약을 취소했다. A씨는 “만에 하나 하반신 마비가 오느니 방역 패스로 외출을 못 해 불편한 게 낫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예외 적용 기준이 지나치게 좁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과 분명히 확인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황상 백신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그레이존’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환자를 직접 진료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예외를 유연하게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