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론조사서 지지율 10% 육박
대선을 70일가량 앞두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10% 가까이 나온 결과가 나왔다. 지난 27~28일 한국갤럽(서울신문 의뢰)이 전국 1008명을 조사한 결과, 안 후보가 9.3%를 얻었다. 그러자 거대 양당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서 안 후보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안철수 테마주가 20% 급등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윤석열 실망 20대가 '반짝 상승' 주도
이번 대선에서 제3 후보의 공간이 열리는 신호일까. 이를 가늠하려면 안 후보의 상승 지지율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안 후보의 선전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가 하락하는 와중에 표출됐다. 갤럽 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20대에서 크게 올랐다. 안 후보가 18~29세에서 18.9%를 얻은 반면 윤 후보는 9.5%에 그쳤다. 안 후보는 30대에서도 14.3%였는데, 40대 이상에서 4~6%에 그친 것을 보면 청년층이 지지율 상승을 주도했다. 열흘 전쯤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 윤 후보가 20대에서 19%를, 안 후보가 5%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주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20대 표가 윤 후보에서 안 후보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3 후보의 부상 신호로 보기에는 안 후보 지지율의 바탕은 허약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20대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30~50대보다 훨씬 높다. 60대 이상과 비슷할 정도다. 그런데 각종 조사에서 20대는 투표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50~70%로 단연 높다. 안 후보 지지는 중도나 무당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도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의 상승은 윤 후보의 하락에 따른 반짝 반등 성격이 강하며, 지지 강도도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제3 후보는 1987년 직선제 체제 이후 역대 대선에서 늘 등장했다. 하나같이 실패했다. 안 후보 본인이 2012년 대선 때부터 단골 제3 후보였다. 2012년 대선,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단일화 추진 중 중도 사퇴하거나 출마해 패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졌다.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인데, 정권교체의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지지율이 턱없이 모자란다.
후보 단일화, 창당 등 신호탄 될 수도
그래서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은 남은 대선 기간의 변수와 관련해 이목을 끈다. 우선 후보 단일화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라는 배경이 있어야 존재에 시선이 쏠리는 한계를 갖고 있다. 만약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면 야권에서 단일화는 필수 과제다. 대선에 대한 의지를 고수하는 안 후보로서도 서울시장 출마 카드가 사라진 만큼 차기 정부 총리 등을 징검다리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거대 양당 후보 간 방빅이 펼쳐질 경우에도 제 3후보들의 표는 간절해진다. 당 내분으로 윤 후보와 거리가 멀어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후 이미 안 후보와 만난 바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때처럼 안 후보 '활용'에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안 후보와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야권 단일화에 김을 빼면서 혹시 모를 여지를 깔아둔 셈이다.
이처럼 대선 기간 제3 후보의 가치는 양당 후보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윤 후보는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찾는 게 급선무다. 선거 전문가들은 선대위 합류 이후 이렇다 할 반전 카드를 내놓지 않은 김종인 위원장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할 무렵 대형 정책 카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관측한다. 보수 어젠다에서 벗어나 기본 소득이나 부동산 정책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더 과격한 방안으로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지율 추이에 따라 국민의힘 내분이 심각해지면 이미 세력을 모은 윤 후보 측이 중도 포용을 내세우며 신당 창당 수준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돈다. 이 경우,안 후보와 손잡는 그림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해 다시 후보로 출마할 수 없는 홍준표 의원이 “다시 활동할 때가 됐다”며 새해 유튜브 방송 재개를 예고했는데,묘한 여운을 준다.
'게임 체인저'로 작용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대선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 돌출하는 대선에서 70일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안 후보 지지율 반등이 그런 일들이 시작되는 전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