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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탁의 시선

안철수 지지율 상승, 대선판 흔들 변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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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시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원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시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원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여론조사서 지지율 10% 육박

대선을 70일가량 앞두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10% 가까이 나온 결과가 나왔다. 지난 27~28일 한국갤럽(서울신문 의뢰)이 전국 1008명을 조사한 결과, 안 후보가 9.3%를 얻었다. 그러자 거대 양당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서 안 후보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안철수 테마주가 20% 급등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윤석열 실망 20대가 '반짝 상승' 주도 

 이번 대선에서 제3 후보의 공간이 열리는 신호일까. 이를 가늠하려면 안 후보의 상승 지지율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안 후보의 선전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가 하락하는 와중에 표출됐다. 갤럽 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20대에서 크게 올랐다. 안 후보가 18~29세에서 18.9%를 얻은 반면 윤 후보는 9.5%에 그쳤다. 안 후보는 30대에서도 14.3%였는데, 40대 이상에서 4~6%에 그친 것을 보면 청년층이 지지율 상승을 주도했다. 열흘 전쯤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 윤 후보가 20대에서 19%를, 안 후보가 5%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주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20대 표가 윤 후보에서 안 후보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3 후보의 부상 신호로 보기에는 안 후보 지지율의 바탕은 허약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20대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30~50대보다 훨씬 높다. 60대 이상과 비슷할 정도다. 그런데 각종 조사에서 20대는 투표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50~70%로 단연 높다. 안 후보 지지는 중도나 무당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도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의 상승은 윤 후보의 하락에 따른 반짝 반등 성격이 강하며, 지지 강도도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제3 후보는 1987년 직선제 체제 이후 역대 대선에서 늘 등장했다. 하나같이 실패했다. 안 후보 본인이 2012년 대선 때부터 단골 제3 후보였다. 2012년 대선,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단일화 추진 중 중도 사퇴하거나 출마해 패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졌다.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인데, 정권교체의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지지율이 턱없이 모자란다.

 후보 단일화, 창당 등 신호탄 될 수도  

 그래서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은 남은 대선 기간의 변수와 관련해 이목을 끈다. 우선 후보 단일화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라는 배경이 있어야 존재에 시선이 쏠리는 한계를 갖고 있다. 만약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면 야권에서 단일화는 필수 과제다. 대선에 대한 의지를 고수하는 안 후보로서도 서울시장 출마 카드가 사라진 만큼 차기 정부 총리 등을 징검다리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지난 7월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7월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거대 양당 후보 간 방빅이 펼쳐질 경우에도 제 3후보들의 표는 간절해진다. 당 내분으로 윤 후보와 거리가 멀어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후 이미 안 후보와 만난 바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때처럼 안 후보 '활용'에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안 후보와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야권 단일화에 김을 빼면서 혹시 모를 여지를 깔아둔 셈이다.

 이처럼 대선 기간 제3 후보의 가치는 양당 후보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윤 후보는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찾는 게 급선무다. 선거 전문가들은 선대위 합류 이후 이렇다 할 반전 카드를 내놓지 않은 김종인 위원장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할 무렵 대형 정책 카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관측한다. 보수 어젠다에서 벗어나 기본 소득이나 부동산 정책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더 과격한 방안으로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지율 추이에 따라 국민의힘 내분이 심각해지면 이미 세력을 모은 윤 후보 측이 중도 포용을 내세우며 신당 창당 수준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돈다. 이 경우,안 후보와 손잡는 그림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해 다시 후보로 출마할 수 없는 홍준표 의원이 “다시 활동할 때가 됐다”며 새해 유튜브 방송 재개를 예고했는데,묘한 여운을 준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에 성공한 노무현 대통령 후보(왼쪽)와 통합21 정몽준 후보가 국회에서 회동을 마치고 손을 잡고 나오고 있다.장문기 기자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에 성공한 노무현 대통령 후보(왼쪽)와 통합21 정몽준 후보가 국회에서 회동을 마치고 손을 잡고 나오고 있다.장문기 기자

 '게임 체인저'로 작용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대선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 돌출하는 대선에서 70일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안 후보 지지율 반등이 그런 일들이 시작되는 전조일지 모른다.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