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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팬데믹일까, 엔데믹일까…세계 각국, 오미크론 대응 ‘디커플링’

중앙일보

입력

30일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줄서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30일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줄서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세계 전문가들의 평가가 분분하다. 델타보다 전파력이 높아 새로운 5차 대유행의 파도가 몰려올 것이라 우려하는 한편, 증상 자체가 경미해 엔데믹(Endemicㆍ풍토병)으로 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각국 정부의 대응 방식이 ‘디커플링(Decouplingㆍ탈동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연스러운 공존과 감염 차단, 두 갈래 길 중 어느쪽이 정답이 될까.

“오미크론, 1년 전 코로나와 달라” 영국서 낙관론

영국에선 조심스레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존 벨 옥스포드 의대 교수는 28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은 1년 전 우리가 본 그 코로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년 전 중환자실에 환자가 넘쳐나고 수많은 사람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 나간 일은 이젠 역사가 됐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긍정론을 펼쳤다. 벨 교수는 그 이유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최근 몇 주간 입원율이 소폭 증가했지만, 중증 환자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영국에선 이날 12만9000여명이 확진돼 하루 최다 기록을 경신했지만 7일 평균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84명으로 한 달 전 121명이었던 것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영국 정부도 당분간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새해까지는 새로운 규제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영국의 경우 자연면역과 백신 면역이 높기 때문에 위중증 환자가 적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70.8%이며 부스터샷 접종률도 41.6%로 선두에 서 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도 1255만명(전체 인구의 약 20%)으로 전 세계 4위를 기록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기보다는 백신 접종이나 자연감염 등으로 면역이 생긴 상태에서 걸리니까 충격이 완화된 것”이라며 “영국에서 중증도가 낮은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독일 “오미크론으로 인한 5차 확산 불가피”

오미크론 변이 우세 주요 국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오미크론 변이 우세 주요 국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직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지 않은 독일에선 이대로라면 5차 대유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강력한 5차 확산이 불가피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병원과 중환자실은 물론 사회 전체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 수는 완화된 증상과 경과 덕에 2∼3주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지만,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이런 우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는 10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비롯해 나이트클럽 폐쇄 등 새 규제 조치에 나섰다.

프랑스와 그리스 정부도 방역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일 확진자가 10만명을 넘긴 프랑스는 27일 “의료 서비스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다음 달 3일부터 가능한 경우 원격 근무를 의무화해 이동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장거리 열차 안에선 음식을 섭취할 수 없게 했고, 도심에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리스 정부는 29일 확진자가 2만165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내년 1월 3일부터 예정했던 규제강화를 30일 오후 6시로 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주점이나 식당에 서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금지하며 한 테이블당 인원을 6명으로 제한하며 스포츠 행사도 줄이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방역당국 “지나친 낙관 이르다”

영국 런던의 극장 입구에서 지난 18일 관객들이 입장에 필요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EPA]

영국 런던의 극장 입구에서 지난 18일 관객들이 입장에 필요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EPA]

국내 전문가들은 엔데믹보다 5차 대유행으로 퍼질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오미크론의 경우 한국에서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다”며 “5차 대유행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내년 1~2월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아직 타미플루처럼 널리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도 없기 때문에 아직 엔데믹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엔데믹을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갑작스럽게 급증하는 상황이 오면 어느 의료 체계에나 크게 부담이 된다”며 “증상이 가볍다고 알려져 있어도 그 과정에서 치명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면서 밀려오는 해일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당장 1~2주 동안 델타 변이에 의한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한편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때를 대비해 의료 대응을 어떻게 할지 재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역당국도 지나친 낙관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통령 총괄조정팀장은 “아직 불확실성이 커 낙관은 금물”이라며 “외국 사례를 보면 아직 고령자에 대한 데이터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백신을 가지고 감염ㆍ중증 예방 효과가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풍토병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정부는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앞으로 2주간 적용할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한다. 중대본 관계자는 "방역 지표가 나아지고 있지만, 오미크론 불확실성 때문에 당장 크게 완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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