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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업, 올해 사상 최대 ‘돈잔치’ 1경4358조원 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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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쿠팡이 미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난 3월11일,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뉴욕증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AP=연합뉴스]

쿠팡이 미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난 3월11일,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뉴욕증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AP=연합뉴스]

1경4358조원. 주식과 채권 발행, 신규 대출 등으로 올해 전 세계 기업 곶간으로 간 돈의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쏟아내며 흘러넘친 유동성이 기업으로 쏟아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전 세계 기업이 주식과 채권 발행, 대출 등으로 모은 자금이 12조1000억 달러(약 1경4358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보다는 17% 늘었고,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약 4배 큰 규모다. FT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만 5조 달러 이상이 기업에 몰렸다.

자금 끌어들이기의 선봉에 선 업체는 올해 미국 뉴욕 증시에 입성한 한국의 전자상거래 회사 쿠팡과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는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다.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당시 기업공개(IPO)로 45억5000만 달러(약 5조4000억원)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이후 외국 기업의 뉴욕증시 IPO 사상 최대규모다.

지난달 10일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올해 미 증시 사상 최대 기업공개 기록을 세우며 나스닥에 상장한 날, 이 회사 전기 트럭 R1T가 뉴욕 타임스퀘어에 전시된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올해 미 증시 사상 최대 기업공개 기록을 세우며 나스닥에 상장한 날, 이 회사 전기 트럭 R1T가 뉴욕 타임스퀘어에 전시된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1월 뉴욕 증시에 이름을 올린 리비안의 공모가 기준 자본조달액은 119억 달러(약 14조1250억원)였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IPO다.

IPO 흥행 덕에 전 세계 주식발행 규모(1조4400억 달러)도 지난해보다 24%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짐 쿠니 미 주식자본시장 책임자가 “기록을 깬 것이 아니라 아예 뭉개버렸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미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통한 기업 상장 규모가 기존 IPO 규모를 넘기도 했다.

채권 발행 규모도 상당했다. FT는 “올해 전 세계에서 10억~1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수십건이 이뤄졌다”며 “AT&T 산하 워너미디어의 디스커버리 인수와 철도업체 캐나다퍼시픽의 경쟁사 캔자스시티서던 인수 자금도 채권 발행으로 충당했다”고 보도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금조달도 활발해 바이아웃 사모펀드 시장에 올해 1조1000억 달러가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기업 자금조달액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계 기업 자금조달액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투자 부적격의 정크본드 판매(6500억 달러)도 지난해보다 17% 증가했다. 부채가 많은 이들에게 대출이 나가는 레버리지론(6410억 달러)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JP모건체이스의 케빈 폴리 글로벌부채자본시장 대표는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과 무관하게 유동성이 넘치고 M&A 관련 움직임도 동물적으로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업으로 막대한 자금이 흘러든 것은 코로나19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대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FT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이며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역사상 가장 낮아졌다”며 “기업이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아주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자금 조달 규모보다 내실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주식의 가격 흐름을 추적하는 르네상스IPO지수는 올해 들어 8% 하락했다. FT는 “막대한 자금을 모은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는 IPO 이후 비정상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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