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며칠 내 뇌까지 퍼져…체내 수개월 잔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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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이미지. [픽사베이]

코로나 바이러스 이미지. [픽사베이]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면 기도와 폐 등에 머물지 않고 수일 내 심장·뇌 등 모든 장기 시스템으로 퍼지고, 체내에 반년 넘게 잔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난해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환자 44명을 부검해 채취한 장기 조직을 분석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기 위해 검토 중이며 지난 23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연구원들은 다양한 조직 보존 기술을 사용해 바이러스 수준을 감지하고 정량화했다. 또 코로나 환자가 사망한지 약 하루 이내에 부검을 실시하고 사후 조직을 포괄적으로 수집해 조사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도와 폐 등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되지만 감염 초기부터 뇌 전체를 포함해 온 몸 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체나 위험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Blood-Brain Barrier)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지 못했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 맥킨타이어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장 근육 세포를 직접 죽이고, 감염에서 회복된 이들이 인지장애를 겪는다는 이전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병리학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증상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뒤 사망한 환자 6명을 부검한 결과 이들 모두의 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부검 연구에 포함된 코로나 사망자 중에는 코로나19와 무관한 병증으로 숨진 청소년 사망자도 포함됐다. NIH 연구원들은 이를 통해 “코로나19 증상이 경미하거나 초기인 어린이·청소년 환자 역시 뇌를 포함한 몸 전체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클레망소 재활센터에서 한 어린이가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클레망소 재활센터에서 한 어린이가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단시간에 온 몸으로 퍼져나간 코로나바이러스는 쉽게 사라지지도 않았다. NIH가 확인한 사례 가운데 코로나19 증상 발현 이후 230일이 지난 뒤에도 체내 여러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이 검출된 경우도 있었다. 연구원들은 홍역 바이러스의 지속 감염 사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전정보 일부에 결함이 생긴 ‘결손 바이러스 입자’ 형태로 체내 감염을 일으킨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체내에 장기간 잔류하는 것이 일부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이 오랜 기간 후유증을 앓는 원인일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장기 후유증에 관해 독자적인 연구를 해온 세인트루이스 재향군인병원의 지야드 알-알리 임상역학센터장은 이번 연구에 대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코로나19가 왜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가 머리에 안개가 낀 듯한 ‘브레인 포그’를 유발하는 원인, 경증·무증상 코로나19 환자에게 장기적인 후유증이 나타나는 이유 등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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