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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같은 글쓰기…중국학 권위자 조너선 스펜스 교수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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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타계한 역사학자 조너선 스펜스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사진 예일대 홈페이지]

26일(현지시간) 타계한 역사학자 조너선 스펜스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사진 예일대 홈페이지]

중국의 역사를 대중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한국에도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역사학자 조너선 스펜스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가 26일(현지시간) 지병으로 숨졌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85세.

스펜서 교수는 미국의 존 페어뱅크 하버드대 교수 이후 미국의 중국학(Sinology) 계보를 잇는 대표 학자다. 중국에서도 사경천(史景遷)이라는 중국어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청(淸)나라 인물사의 대가 팡자오잉(房兆楹·1909~1985)이 지어줬다. 역사 사(史)와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의 이름에서 땄다. 딱딱한 역사를 읽기 쉬운 문학작품처럼 서술한 사마천의 문사일체(文史一體) 스타일 글쓰기가 장기였다.

생전 그의 중국사 강의는 한 학기 수강생이 700명에 이르는 예일대 최고의 인기과목이었다. 언론인 겸 중국학자인 수전 제이크는 “스펜스 교수의 강연은 때로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단편소설이었고 때로는 장편 소설 같았다”며 “번역의 모든 것, 세계 속으로, 폭탄과 피아노 등과 같이 유머러스한 강의 제목이 붙여졌지만 놀라운 폭로나 강렬한 시구처럼 다가왔다”고 회상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중국사 연구가 조너선 스펜서 예일대 명예교수가 26일 지병으로 숨졌다. 사진은 생전 스펜서 교수가 2012년 4월 26일 중앙SUNDAY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모습. [중앙SUNDAY]

미국 중국사 연구가 조너선 스펜서 예일대 명예교수가 26일 지병으로 숨졌다. 사진은 생전 스펜서 교수가 2012년 4월 26일 중앙SUNDAY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모습. [중앙SUNDAY]

지난 2012년에는 한국을 방문해 중앙SUNDAY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려 하겠지만 그 유지 노력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번역된 대표 저서로는 『현대 중국을 찾아서』와 『반역의 책: 옹정제와 사상통제』, 『천안문』,  『강희제』,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 등 10여권이 있다.

조너선 스펜스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는 2012년 4월 26일 중앙SUNDAY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중앙SUNDAY 2012년 4월 29일 지면]

조너선 스펜스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는 2012년 4월 26일 중앙SUNDAY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중앙SUNDAY 2012년 4월 29일 지면]

영국 서리에서 태어난 스펜스는 편집자인 부친과 프랑스 문학에 심취한 모친 사이에서 자라났다. 케임브리지 클레어 칼리지의 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펠로우십을 받았다. 예일대에서 중국학 대가인 메리 라이트와 친구가 된 뒤 그의 소개로 팡자오잉을 만났다. 1993년 예일대에서 뛰어난 학술 권위자에게만 부여하는 ‘스털링 교수(Sterling professorship)’에 선정됐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27일 스펜서 교수의 부음을 전하며 1974년 닉슨 미국 대통령 방문 직후 14명의 예일대 교수들과 함께 중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등 중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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