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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인하 후폭풍…'혜자카드·무이자할부'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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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당정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은 줄게 됐지만 카드사들이 소비자에 제공하던 혜택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가 무이자 할부, 캐시백 등 소비자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 보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23일 서울 시내 한 커피 전문점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뉴스1

23일 서울 시내 한 커피 전문점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뉴스1

23일 금융위원회는 기존 0.8%였던 연 매출 3억원 이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다음 달 31일부로 0.5%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전체 가맹점의 95.6%)은 매출 구간에 따라 0.1~0.3%포인트의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보게 된다. 2018년 말 카드수수료가 큰 폭으로 떨어진 이후 가맹점들은 연평균 약 6900억원의 수수료를 절감 받았다. 6900억원은 지난해 카드사 전체 순익(2조264억원)의 33% 수준이다.

카드수수료율 얼마나 내리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드수수료율 얼마나 내리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드사들은 신용판매(가맹점 수수료), 카드론, 자동차 할부 금융으로 돈을 번다. 3년마다 반복된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은 2019년부터 이미 적자다. 팔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부문 적자를 카드론과 자동차 금융으로 메꿔왔지만, 앞으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되며 카드론 판매를 크게 늘리지 못하게 됐다.

수수료 수익 인하로 '혜자 카드' 사라져

문제는 신용판매 적자가 고객 혜택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가맹점 수는 2018년 382만 개에서 올해 9월 기준 315만 개로 67만 곳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맹점 대비 무이자 할부 가맹점 비중은 31%에서 23.8%로 떨어지고 무이자 할부 승인 금액 역시 같은 기간 74조6374억원에서 58조1570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 보전을 위해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거나 혜택이 좋은 이른바 '혜자 카드'를 단종시키는 경우도 잦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2018년에는 7개 전업 카드사에서 약 80개의 신용카드가 단종됐지만 2018년 말 카드 수수료가 역대 최고 폭으로 떨어진 이후 2019년에는 160개의 카드가 사라졌다. 올해는 이달 15일 기준 143개의 카드가 단종됐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요금도 아닌 민간 금융사의 서비스 요율을 정부가 결정해주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수수료 수익을 정부가 통제할수록 카드론 금리 인상, 연회비 인상, 부가 서비스 축소 등으로 소비자가 직간접적인 손해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카드사들의 자본 조달 비용이 줄고 온라인 카드 발급이 늘며 인건비와 영업 비용, 밴 수수료 비용 등 원가가 절감돼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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