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 자영업자 달래기, 카드 수수료 깎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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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강화된 방역 조치에 자영업자 피해가 점점 커지지만, 보상은 턱없이 적다. 지난 22일 서울 한 음식점 입구에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 제작한 ‘정치인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강화된 방역 조치에 자영업자 피해가 점점 커지지만, 보상은 턱없이 적다. 지난 22일 서울 한 음식점 입구에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 제작한 ‘정치인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가 기존 0.8%에서 0.5%로 0.3%포인트 인하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선심 정책으로 부담을 카드업계에 전가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31일부터 연 매출 3억 이하의 영세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지금의 0.8%에서 0.5%로 인하한다고 23일 밝혔다. 전체 가맹점의 75%에 해당하는 220만곳이 혜택을 보게 된다. 연 매출 3억~5억원 가맹점은 1.3%에서 1.1%로, 5억~10억원은 1.4%에서 1.25%로, 10억~30억원은 1.6%에서 1.5%로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금융위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약 4700억원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절감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영세 가맹점의 경우 약 40%의 수수료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연 매출 2억원(신용카드 매출 1억5000만원, 체크카드 매출 5000만원 가정) 가맹점의 경우 연 145만원이었던 카드 수수료가 앞으로는 연 87만 5000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개인 사업자에 매출액의 1.3%를 돌려주는 매출세액공제 제도에 따라 26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신용카드 수수료율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금융위는 금리 인하에 따른 조달 비용 감소와 비대면 영업확대에 따른 인건비 감소, 온라인 매출 증대 등으로 카드사가 수수료를 내릴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수료 인하는 카드수수료 적격 비용 재산정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적격 비용은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 업무 원가, 신용 리스크 등을 고려했을 때 가맹점이 부담해야 하는 최소 비용을 금융당국이 산출한 값이다. 당국은 이 제도를 도입한 2012년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해왔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부담이 커진 카드업계에 당국은 나름의 당근책도 제시했다. 마이데이터(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의 금융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사업)와 신용평가업, 빅데이터 분석업무에 더해 데이터 관련 부수 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겠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는 또한 이날 대안 신용평가를 통해 금융 상품 소비 이력이 없는 ‘씬파일러’들도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본업을 고사시키면서 부수 업무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생색을 내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 판매는 돈이 안 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카드론 영업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마이데이터 사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사업이라, 줄어든 수익을 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의식해 카드수수료 인하를 밀어붙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연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가 0.8~1.3%인데 매출액에 따른 세액 공제율이 1.3%이기 때문에, 사실상 카드 수수료 부담이 제로이거나 오히려 0.5%를 돌려받는데도 보여주기 식으로 수수료를 낮췄다는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오히려 소상공인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수료 인하로 인해 그동안 소상공인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밴사(카드결제기 업체)의 서비스가 유료화하는 등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카드사의 인력 감축이 확대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달 KB국민카드가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롯데카드도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정종우 카드노조 협의회 의장은 “카드산업은 신용 결제가 본업인데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떨어져 본업이 아닌 중금리 대출이나 자동차 할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본업으로는 돈을 못 벌게 하고 부수 업무를 확대해주겠다는 금융위의 입장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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