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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장동 키맨 잇따른 죽음…특검 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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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지난 21일 오후 8시30분쯤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 과학수사대원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지난 21일 오후 8시30분쯤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 과학수사대원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유한기 이은 김문기 극단 선택, 수사 차질  

원희룡 “윗선 개입·압박 없었나” 의문 제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일반 시민들이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대장동 사업의 최종 책임과 관련해 늑장 압수수색, 봐주기 조사 등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인데 윗선 수사가 더 더디고 어려워지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0일 유한기 전 포천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투신해 숨진 데 이어 21일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2015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구속 기소) 아래서 각각 개발사업본부장과 개발1팀장을 맡아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인사들이다.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 사퇴를 압박했던 유한기씨의 죽음으로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이어지는 윗선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은 힘들어졌다.

숨진 김 처장은 참고인 신분이긴 했지만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과정을 잘 아는 핵심 인물이었다. 실무직원 한모씨가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뒤인 2015년 5월 말 사업협약서 검토 의견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었다가 일곱 시간 뒤에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팀장이던 김 처장에게 보고했다. 이 조항 삭제로 대장동 사업자인 화천대유는 수천억원의 초과이익을 거뒀다. 김만배 회장 등 대장동 4인방의 공소장엔 김 처장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김 처장은 20일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전략사업실(실장 정민용 변호사)에서 빼라고 했다”고 부인했다. 김 처장의 극단적 선택은 같이 일했던 정 변호사가 당일 불구속 기소되고 정 변호사에게 내부 자료를 보여줬다가 공사의 감사까지 받으며 겪은 극심한 심리적 압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심각한 건 대장동 사업 결재라인 4명 중 2명이 숨지면서 배임의 윗선 수사 역시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희룡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이 “윗선의 개입과 압박이 있지 않았을까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수사 초기 유동규씨도 집 압수수색 때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한 뒤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적이 있어 이래저래 석연치 않다.

이제는 몸통이 누구냐는 대장동 핵심 의혹에 더해 검찰의 강압수사, 윗선의 회유 및 압박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경이 우물쭈물하면 특검에 맡기는 게 마땅하다. 대선후보 양측 모두 더 이상 특검 도입에 대해 빈 말은 그만하고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상황이 이토록 엄중한데 성남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대장동 특혜 의혹은 물론 위례·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국회의 국정조사 격) 요구안을 모조리 부결시켰다니 민의를 저버리는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