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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등 모든 변이 잡는다"…미군 '끝판왕 백신' 1상 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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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군이 오미크론을 포함해 어떤 코로나19 변종에도 효과가 있는 이른바 ‘게임체인저 백신’의 1차 임상 실험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화할 경우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유발하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론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터 리드 미육군 연구소(WRAIR)가 개발한 범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24개 면을 가진 축구공 모양의 단백질에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 균주의 스파이크를 각기 다른 면에 부착하는 SpFN(Spike Ferritin Nanoparticle) 방식으로 개발됐다. 사진 미 육군

월터 리드 미육군 연구소(WRAIR)가 개발한 범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24개 면을 가진 축구공 모양의 단백질에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 균주의 스파이크를 각기 다른 면에 부착하는 SpFN(Spike Ferritin Nanoparticle) 방식으로 개발됐다. 사진 미 육군

미국 군사전문 매체인 디펜스원은 21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미 육군 연구소(WRAIR)가 수 주 내에 이같은 범코로나 백신 연구 성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구소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초에 백신 개발에 들어가 2년 간 연구를 진행해왔다.

올해 초에는 동물 실험을 완료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으며, 지난 4월부터 1차 인체 임상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연구소의 신종 전염병 담당 책임자인 카이본 모자라드 박사는 “오미크론 등 다른 변이체에 대한 임상 1상을 이번 달에 마무리했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최종 검토 중”이라고 디펜스원에 밝혔다.

WRAIR의 범코로나 백신은 현재까지 상용화된 코로나19 백신들과 다른 방식으로 개발됐다. 24개 면을 가진 축구공 모양의 단백질에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 균주의 스파이크를 각기 다른 면에 부착하는 SpFN(Spike Ferritin Nanoparticle) 방식의 백신이다.

모자라드 박사는 이달 초 미 육군과 인터뷰에서 백신의 작용기전과 관련해 “다각형 나노 입자에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반복적이고 질서있게 배치하면 훨씬 광범위한 보호로 해석되는 방식으로 인체 면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백신은 코로나19 환경에서 뛰어나다”고 말했다.

미국이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20일(현지시간) 뉴욕시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20일(현지시간) 뉴욕시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소 측은 당초 예상보다 1차 임상 기간이 길어진 이유와 관련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피험자를 대상으로 백신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델타 및 오미크론 변종의 급속한 확산이 이를 어렵게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차ㆍ3차 임상에선 이미 다른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거나 코로나19 확진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범코로나 백신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현재 대규모 백신 생산을 위한 시설을 물색 중인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업체와 손잡을 예정이라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WRAIR은 SpFN 백신보다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더 작은 부분을 표적으로 하는 또 다른 백신 개발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연구소의 넬슨 마이클 전염병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위협이 진화하면서 계속되는 가운데 결국 다른 새로운 질병 위협이 나타날 것”이라며 “차세대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는 코로나19와 미래 질병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십명 단위의 1상 연구는 안전성을 보는 것으로 효과를 확인했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며 “궁극적으로 유니버설(만능) 백신 개발이 필요하고 다른 연구소도 그런 전략을 짜고 있지만,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3일 충남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시연에서 연구소 관계자가 코로나 대응 연구개발 결과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3일 충남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시연에서 연구소 관계자가 코로나 대응 연구개발 결과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관련 연구소가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생화학전에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 시설에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연구한 덕분에 상당한 관련 기술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2500여명의 연구원이 있는 WRAIR은 앞서 지난 2016년 사노피와 함께 지카 바이러스 백신 공동 개발에 나선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사실이 공개됐다. ADD가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는 동물 실험 결과 치료 효과가 입증돼 현재 국내외 제약사와 인체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과거 ADD는 유행성출혈열의 원인 바이러스인 한탄바이러스의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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