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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기 이어 김문기…대장동 의혹 핵심 또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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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참고인으로 수사를 받아 오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2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 이어 대장동 사건 수사 대상자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두 번째 사례로 추정된다.

경기도 분당경찰서와 공사 등에 따르면 김 처장은 이날 오후 8시20분쯤 분당구의 공사 1층 사무실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가족으로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은 직원들이 처장실 문을 열어 보니 숨져 있는 김 처장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김 처장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 김 처장 가족으로부터 실종신고를 받고 그의 소재를 파악하던 중이었다. 김 처장은 이날 평소처럼 출근해 업무를 봤지만 퇴근 시간 이후 연락이 끊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유족과 공사 직원들을 상대로 김 처장의 최근 행보를 조사 중이다.

‘대장동 실무’ 김문기,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의혹 조사받아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처장은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뒤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아 왔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가 사무실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처장은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뒤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아 왔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가 사무실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 관계자는 “유서를 남겼는지 여부에 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아 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9일 마지막 조사를 받았는데, 그때도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처장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청구 등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진행 당시 공사 개발사업1팀장으로 일했다. 당초 이 사업은 개발사업2팀이 맡았지만,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구속)의 지시에 따라 김 처장이 팀장으로 있던 개발사업1팀으로 이관됐다. 이 때문에 김 처장은 유 전 본부장의 측근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측근설’을 부인했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분류됐다. 그는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평가위원으로도 참여했으며, 시행사인 ‘성남의뜰’에서 공사 몫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등에게 제기된 배임 의혹의 핵심, 다시 말해 공사가 공모사업 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넣지 않은 배경과 관련해 검찰에서 계속 조사를 받아 왔다. 그는 최근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수사 본격화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고 한다.

김 처장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퇴직한 정민용 변호사에게 내부 자료를 보여줬다는 의혹 때문에 공사의 감사도 받아 왔다.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냈던 정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지침서 작성부터 민간사업자 선정,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 체결 과정 등 실무 전반을 담당한 핵심 인물로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부정처사후 수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김 처장은 지난 9월 25일 “당시 심사 자료를 보고 싶다”는 정 변호사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 있던 직원 2명이 참여한 가운데 당시 심의 결과를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퇴직한 전 직원이 내부 자료를 열람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감사 대상이 됐고, 조만간 징계 여부가 결정될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본부장이 경기도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2월 이재명 후보 등 ‘윗선’의 뜻이라고 밝히면서 황무성 당시 공사 사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유서를 남겼지만 유족의 반대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은 김 처장의 사망과 관련해 이 후보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처장은 화천대유 심사 과정을 전담하고 배당이익을 설계한 실무총괄이었으며 대장동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지만 거대한 설계에 비춰보면 깃털이었을 뿐”이라며 “‘그분’에게 한없이 관대했던 검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로, 명을 따른 죄밖에 없는 사람들만 잇따라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져야 할 몸통은 숨고, 힘없는 사람들만 짐을 짊어지고 떠나는 이 사태는 분명 비정상적이고 참담하다”며 “대장동 실무진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극에 대해 설계자라던 이 후보의 책임 있는 입장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 요청이 진심이라면 핑계만 수북했던 협상에 지금이라도 착수할 것을 ‘이재명의 민주당’에 지시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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