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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하나로 번호 두 개”…내년 9월부터 ‘e심’ 도입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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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휴대폰에 따로 심(SIM·단말 가입자를 식별하는 모듈)을 꽂지 않아도 되는 ‘e심’(embedded SIM)이 내년부터 도입된다. 앞으로는 휴대폰에 기본 탑재돼 따로 USIM(유심) 칩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하나의 단말기로 두 개의 완전히 분리된 번호도 쓸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9월부터 e심을 상용화할 예정이며, 이 시기에 맞춰 제도 개선·시스템 개편·e심 스마트폰 출시 등 사용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유심·e심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심·e심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심은 내장형 심 카드로, 사용자가 따로 사 휴대폰에 꽂아서 사용하는 유심과 달리 출시할 때부터 스마트폰 보드에 내장돼 있다. 약 2750원을 내면 다운로드만으로 개통이 가능하다. 또 통신사를 바꿀 때(번호 이동)에도 유심을 새로 사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e심을 내려받으면 된다.

e심으로 개통한 휴대폰에 유심을 추가하는 ‘듀얼심’도 가능해진다. 회사 업무나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휴대폰을 두 개 이상 개통했던 이용자도 듀얼심을 이용하면 하나의 기기로 두 개의 휴대폰을 쓰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2개의 번호를 사용하려면 휴대전화를 2개 개통하거나 월 3000원가량을 내고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투넘버’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투넘버 서비스는 통신사마다 넘버플러스(SK텔레콤)·투폰(KT)·톡톡듀얼넘버(LG유플러스)로 이름이 다르지만, 010으로 시작하는 또 다른 번호를 제공한다는 원리는 같다.

투넘버 서비스와 듀얼심 뭐가 다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투넘버 서비스와 듀얼심 뭐가 다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이는 통신사에서 임의로 제공하는 가상번호라 본인 인증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기기에서는 카카오톡 등의 앱을 원래 번호와 분리해서 사용할 수 없다. 사실상 통화나 문자만 가능해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번호로만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듀얼심을 이용하면 e심과 유심을 각각 다른 통신사로 개통할 수도 있다. 특히 통신 3사와 같은 시기에 알뜰폰 사업자도 e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 번호 하나는 통신사 요금제를 쓰고, 나머지 하나는 알뜰폰으로 개통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데이터는 알뜰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회선은 이통 3사의 저렴한 요금제로 유지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현지 이통사 요금제를 이용할 때도 유심을 바꿔 끼우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e심 서비스가 도입되면 단말기 비용을 줄이는 한편 알뜰폰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사실 듀얼심은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제공됐던 기능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웬만한 나라에서 다 되는 e심이 왜 국내에서만 안 되냐”라는 불만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국내 통신 환경과 맞지 않고,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듀얼심 추진에 소극적이었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중국 등은 지역마다 통신사들의 커버리지(서비스 제공 지역)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주로 쓰는 통신사 외에 다른 통신사의 망을 보조적으로 쓰기 위해서라도 듀얼심이 필요해 일찍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통신 3사의 품질이 비교적 고른 국내에서는 하나의 통신사만 이용해도 망 사용에 크게 불편함이 없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유심칩 판매 수익이 줄어들 뿐 아니라 유심만 쓸 수 있도록 전산망을 새로 개편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유심칩의 가격은 7700원 정도지만 실제 원가는 1000~3000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번호 이동 경쟁이 심화해 ARPU(가입자당 매출)가 줄어들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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