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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80명과 성관계…실화인물 연기한 포이 "베드신 끔찍한 착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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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런던의 영화관에서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클레어 포이. AP=연합뉴스

지난 10월 런던의 영화관에서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클레어 포이. AP=연합뉴스

영국 배우 클레어 포이(37)가 20일(현지시간) BBC 라디오4와의 인터뷰에서 “베드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세기의 스캔들’의 주인공 마거릿 캠벨 아가일 공작부인 역을 맡은 3부작 드라마 ‘아주 영국적인 스캔들’(A Very British Scandal)의 방영(26일)을 앞두고서다.

영국 역사 속 상류층 여성을 연기하는 건 포이에게 낯설지 않다. 포이는 넷플릭스 화제작 '더 크라운'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기하며 한국에도 얼굴을 알린 연기파 배우다. 하지만 그는 “처음엔 상류층 여성으로 분하는 것 자체가 너무 긴장됐다”고 한다.

1963년 아가일 공작 부부의 이혼은 런던 사교계를 주름잡던 부인이 최소 80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난, 영국의 대표적인 스캔들로 꼽히는 사건이다. 남편 아가일 공작은 당시 아내의 불륜 증거를 수집하려고 사설탐정을 고용해 부인의 일기와 폴라로이드 사진을 입수했고, 재판정에서 이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얼굴 부분은 잘린 채 나체로 등장한 사진 속 남성들이 누군지를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들이 정체는 끝내 밝혀지진 않았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제작진은 혼외정사에 대해 “우리가 하는 건 괜찮지만, 모든 사람이 그걸 알아선 안 된다”는 귀족들의 태도를 꼬집는다. 영국식 '내로남불'을 꼬집은 셈이다. 극 중 베드신은 설정 상 빠질 수 없다. 포이는 “당신이 여자라면 기본적으로 착취당한다는 느낌이 들고 화면에서 가짜 성관계를 맺어야 하는 (베드신 촬영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배우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할 순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다.

“창녀? 천박? 여성은 평생 수모 겪어”

2018년 영화 '퍼스트맨'에서 닐 암스트롱의 아내 자넷 암스트롱을 연기한 클레어 포이. AP=연합뉴스

2018년 영화 '퍼스트맨'에서 닐 암스트롱의 아내 자넷 암스트롱을 연기한 클레어 포이. AP=연합뉴스

아가일 공작부인은 당시 이 사건으로 모든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천박한 여성’이 됐고, 엄청난 부와 인기를 한몸에 누리던 그의 인생은 1993년 요양병원에서 외롭고 비참하게 끝났다. 하지만 포이는 ‘천박한 여성’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절대적으로 ‘창녀’나 ‘천박하다’는 표현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평생 창피를 당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성경 속) 이브 역시 수모를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레어 포이를 세계 정상에 오르게 한 작품은 단연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이다. 엘리자베스2세 역을 맡은 클레어 포이. 왼쪽은 필립 공을 연기한 맷 스미스. AP=연합뉴스

클레어 포이를 세계 정상에 오르게 한 작품은 단연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이다. 엘리자베스2세 역을 맡은 클레어 포이. 왼쪽은 필립 공을 연기한 맷 스미스. AP=연합뉴스

그에게 '더 크라운' 얘기를 물어보지 않을 순 없는 법. 그는 BBC에게 “대중이나 사법제도가 여왕을 대우하고 묘사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왕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도 “나는 여왕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여왕은 나에게 엄청난 장난꾸러기 같으면서도 또 너무나 행동이 올곧은 모범생 같은 모순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면서다. 그는 “그래도 (여왕을 연기한 건) 재미있었다”고 했다.

연극으로 연기의 기본기를 다져온 포이는 2008년 TV 진출과 동시에 주연으로 올라섰다. 2015년 드라마 ‘울프 홀’과 직후 출연한 ‘더 크라운’을 통해 2년 연속 영국아카데미(BAFTA)와 에미상 TV부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를 세계 정상에 올린 작품은 역시 ‘더 크라운’이다. 이때 2017 골든글로브와 2018 에미상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을 잇달아 휩쓸었다. 주로 시대극에서 활약하던 그는 2018년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 숏컷 흑발의 천재 해커 역을 맡아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등 색다른 모습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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