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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앤더시티' 나쁜 남자 'Mr. 빅', 알고보니 6·25 참전용사 아들이네

중앙일보

입력

굿바이 미스터 빅! [사진: 보그(Vogue) 캡처, Courtesy Everett Collection]

굿바이 미스터 빅! [사진: 보그(Vogue) 캡처, Courtesy Everett Collection]

‘섹스 앤 더 시티’의 새로운 시즌은 끝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미권에서 먼저 공개된 HBO맥스의 리부트, 즉 컴백 시리즈 초반부에서 (스포일러 주의) ‘미스터 빅’이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으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부터 뉴스위크 등 다양한 영미권 매체들은 주말에 걸쳐 리부트 시리즈, ‘그리고 그냥 그렇게(And Just Like That)’에 대한 리뷰를 앞다퉈 전했다.

공통점은 ‘미스터 빅’의 죽음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주인공) 캐리가 드디어 오랜 기다림과 괴로운 인내 끝에 미스터 빅을 길들이는 데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행복은 역시 오래 가지 않는다”(NYT)부터 “죽은 건 안 됐지만, 미스터 빅은 처음부터 캐리의 진정한 짝이 아니었음을 인정하자”(뉴스위크) “‘섹스 앤 더 시티’ 팬들이 미스터 빅의 죽음에 경악하다”(CNN) 등의 평이 쏟아지고 있다.

캐리에게 프로포즈하는 미스터 빅. [중앙포토]

캐리에게 프로포즈하는 미스터 빅. [중앙포토]

NYT의 묘사에 따르면 미스터 빅, 본명은 존 제임스 프레스턴인 캐리의 오랜 연인은 돌연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NYT는 “부엌에 쓰러진 미스터 빅을 보고 캐리가 오열하며 (죽음을 직감하고) 119에 전화를 하지도 않고 마지막 키스를 한다”고 전했다.

미스터 빅은 미국판 ‘나쁜 남자’ 캐릭터다. 외모와 재력, 유머감각까지 빠지는 구석이 없지만 캐리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거나,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놓고 캐리와 바람을 피운다. 그러다 결국 드라마 시즌의 마지막에 캐리와 결합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영화에서도 파혼을 했다가 다시 청혼을 하는 등 온갖 우여곡절은 다 겪게 한다.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미스터 빅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그 배우, 크리스 노스.

크리스 노스와 사라 제시카 파커가 지난 8일(현지시간) 시사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리스 노스와 사라 제시카 파커가 지난 8일(현지시간) 시사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즈가 데뷔했던 1998년부터 영화 두 편을 내놓은 2004년까지, 그가 없는 ‘섹스 앤 더 시티’란 상상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올해 초까지 이번 리부트엔 그가 출연하지 않을 거란 소문도 파다했다. 노스 자신이 몇몇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가 더 이상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다.

그러나 ‘섹스 앤 더 시티’의 제작자인 마이클 패트릭 킹은 지난 5월 “‘미스터 빅’이 없는 시리즈는 존재할 수 없다”며 그의 출연을 공개했다. 노스 본인도 인스타그램에 캐리 역할의 사라 제시카 파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함께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좋다”고 적었다. 그러나 캐리는 역시나 영원한 ‘뉴욕의 싱글 걸’일 운명인 것인지, ‘미스터 빅’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그의 죽음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사라 제시카 파커와 실제 남편인 배우 매튜 브로더릭(왼쪽)과 아들 제임스 윌키 브로더릭.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에 출연하라고 파커를 설득한 인물이 남편이었다. AP=연합뉴스

사라 제시카 파커와 실제 남편인 배우 매튜 브로더릭(왼쪽)과 아들 제임스 윌키 브로더릭.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에 출연하라고 파커를 설득한 인물이 남편이었다. AP=연합뉴스

1954년생인 노스는 한국엔 ‘섹스 앤 더 시티’로 주로 얼굴을 알렸지만, 연극과 영화는 물론 음악계까지 두루 섭렵한 엔터네이너다. ‘미스터 빅’ 이전에도 ‘로 앤 오더(Law and Order)’에서 탐정 역으로도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도 한ㆍ일 모두에서 리메이크됐던 미국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호연했다. ‘섹스 앤 더 시티’와 ‘굿 와이프’에서의 연기로 골든글로브에도 노미네이트 됐지만 수상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한국과의 간접적 인연도 있다. 그의 아버지인 찰스 노스는 기업인으로 성공하기 이전엔 군인으로 오랜 기간 복무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뿐 아니라 6ㆍ25에도 참전한 경력이 있다. 어머니인 진 파(Parr)는 CBS의 첫 여성 기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부부는 그러나 그가 어릴 때 이혼했고, 그는 몇몇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부재는 내게 큰 구멍(crater)을 남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크리스 노스의 리즈 시절. 인스타그램에 그가 스스로 "나도 한때 화장품 광고 모델이었다고"라고 올린 사진이다. [Chris Noth Instagram]

크리스 노스의 리즈 시절. 인스타그램에 그가 스스로 "나도 한때 화장품 광고 모델이었다고"라고 올린 사진이다. [Chris Noth Instagram]

그는 어린 시절 작가 또는 시인을 꿈꿨지만 곧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됐다. 이후 예일대와 줄리어드대 연기 전공으로 시험을 봤고, 예일을 택했다. 장학금을 받고 더 짧은 3년이라는 기간에 석사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연기자가 된 후 그는 연극에서 시작해 방송과 영화계로 반경을 넓혔다. 이후엔 뉴욕의 유명 클럽도 소유하며 음악계에도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노스 본인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끽 중이다. 부인인 타라 윌슨과는 2012년 결혼해 자녀 둘을 뒀다. 윌슨 역시 연기자였다.

크리스 노스와 타라 윌슨 부부. [Chris Noth Instagram]

크리스 노스와 타라 윌슨 부부. [Chris Noth Instagram]

‘섹스 앤 더 시티’의 마지막 출연본이 나간 뒤, 그의 연기 후배이면서 기업가인 라이언 레이놀스는 그를 출연시킨 광고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사이클 운동기구 광고였는데 노스는 자신의 극 중 죽음을 암시하는 듯 “인생은 짧잖아”라고 말하는 대사를 읊으며 시그너처 미소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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