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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깊은 마포종점" 전차의 귀환…전국이 '트램'에 꽂힌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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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된 노면전차. 중앙포토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된 노면전차. 중앙포토

옛 경성(京城) 시대를 거쳐 70여년간 서울시내를 누볐던 전차(트램)는 1968년 운행을 멈췄다.  1899년 개통 후 서울시민의 발 노릇을 하던 전차가 자동차 보급에 따라 자취를 감춘 순간이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 작사가(정두수)가 쓴 노래가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이다.

산업화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트램이 최근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전국 지자체가 너나없이 트램 도입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배터리를 이용한 최근의 전차는 옛 전차와 달리 전선을 설치하지 않는 무가선 방식이라는 것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트램 추진하는 지자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트램 추진하는 지자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 위례선으로 57년 만에 전차 부활  

서울시는 57년 만의 트램 부활을 준비 중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위례선(트램) 도시철도사업 공사가 12월 말부터 시작된다. 2025년 9월에 개통예정으로 마천역(5호선)~복정역(8호선ㆍ수인분당선)ㆍ남위례역(8호선)을 잇는 총 연장 5.4㎞ 구간이다. 총 12개소(환승역 4개소)의 정거장이 건설된다. 차량은 5칸이 1편성이며 총 10편성으로 구성된다.

울산시는 국내 최초로 운행하게 될 수소전기트램의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14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울산시는 국내 최초로 운행하게 될 수소전기트램의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14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복정역(8호선, 분당선)으로 환승하는 정거장에는 직결환승이 가능하도록 지하연결통로를 신설한다. 위례신도시 북측 공원부지에 들어서는 차량기지는 전면 지하화하기로 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대중교통 불편해소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오륙도선’과 ‘북항 트램’ 추진  

서울과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전차가 도심을 내달렸던 부산도 트램 부활을 추진 중이다. 부산에서 트램이 처음 개통된 것은 1909년이다. 물자 이동을 위해 부산진~온천장 구간이 먼저 개통됐고 1915년에 본격적인 운행이 시작됐다. 그러다 1968년 서울 전차와 함께 운행을 멈추고 자동차에게 시민의 발 역할을 넘겨줬다.

북항 트램 조감도. [조감도 BPA]

북항 트램 조감도. [조감도 BPA]

부산시는 2019년 국내 첫 트램 실증노선사업에 선정돼 도시철도 6호선(오륙도선)을 트램 방식으로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3년 12월 개통이 목표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과 맞물려 추진 중인 북항 트램도 있다. 중앙역~국제여객터미널 구간의 2.4㎞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트램 차량 구매비 등 일부 사업의 사업비 부담을 놓고, 부산시와 해양수산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 세계 최장 순환형 노선 계획  

대전시는 서대전역∼정부청사∼유성온천역∼진잠∼서대전역 36.6㎞ 구간에 트램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정거장 35곳과 차량기지 1곳을 건설하는데 드는 총 사업비는 7492억원이다. 대전시는 2022년 말까지 실시설계를 끝내고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개통 예정 시점은 2027년 말이다.

트램 도입 때 동탄순환대로 전경 이미지. 사진 경기도

트램 도입 때 동탄순환대로 전경 이미지. 사진 경기도

하지만 트램의 동력 방식을 놓고는 논란이 여전하다. 당초 가공선(전력 공급선)과 무가공선(배터리)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건설하려다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해서다. 대전 트램은 세계 최장의 순환형 노선으로 기존 기술을 접목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체 70% 구간에서 무가선 방식으로 트램을 운행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다”며 “전체 구간에 전력 공급선을 설치해서 운행하는 게 안정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수소전기트램’ 도입하는 울산  

울산시는 지난 14일 국내 최초로 운행하게 될 수소전기트램 디자인을 공개했다. 현대로템에서 디자인한 수소전기트램은 길이 35m, 폭 2.65m, 높이 3.7m의 5개 칸으로 연결돼 있다. 차량 바닥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35㎝로 100% 저상 차량이며 최고속도 시속 70㎞로 설계됐다.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트램은 2023년 9월부터 실증노선인 울산항선(태화강역~울산항역) 4.6㎞구간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서울시 미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은방울 자매 '마포종점' 기념비

서울시 미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은방울 자매 '마포종점' 기념비

실증사업과 별개로 울산트램 1ㆍ2호선 도입도 추진 중이다.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없는 울산에 트램이 도입되면 도시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울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울산트램은 내년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 2024년 착공해 2027년 개통할 예정이다.

화성·대구도 트램 추진…"제도 정비 필요" 

지난 8월엔 9773억원 규모의 경기도 화성시 동탄 무가선 트램 사업 기본계획이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았다. 대구시는 지난 6월 주민공청회를 열고 대구도시철도 4호선(순환선) 일부 구간에 트램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대구도시철도 4호선은 2025년 이후 개통된다.

지난 2월 4일 오후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대전트램 급전 및 노선운영 방식 용역결과 전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4일 오후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대전트램 급전 및 노선운영 방식 용역결과 전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지자체들이 앞다퉈 트램 도입에 나서는 것을 놓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혁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 전문위원은 지난달 열린 ‘지방정부 트램 활성화의 기대와 전망’ 학술 세미나에서 “트램은 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운행되므로 철도안전법이 정한 형식 인증 대상이 아닌 도로교통의 일부로 봐야 한다”면서 제도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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