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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정치 생명 걸었다, 尹 당선 실패땐 정치 관둘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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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페미니즘과 가장 거리가 먼 정당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지난 6ㆍ11 전당대회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등 ‘이대녀(20대 여성)’와의 거리감은 더 커지는 듯했다.

그런 국민의힘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깜짝 카드를 내밀었다. 대중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31)를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한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논쟁을 한 차례 겪었는데, 이번엔 더 ‘강한 카드’를 낸 셈이다.

신 부위원장은 2016년부터 총 4번의 선거에 출마하며 이름을 알려왔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 때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과 특유의 숏컷 헤어 스타일 사진이 담긴 선거 포스터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그는 지난 7월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 정치를 규탄한다”며 국민의힘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반(反)국민의힘에 가까웠던 그가 갑작스럽게 노선을 선회한 이유는 뭘까. 전격 합류한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신 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행태를 보며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입당 하지는 않았다.

언제 영입 제의를 받았나.
“2주 전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여러 번 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이틀 전인 18일 저녁 윤 후보를 만났고 19일 김한길 위원장에게 최종 의사를 전달했다. 제3지대를 만들어 내기 위한 ‘대선전환추진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 중이었는데, 이 일을 하다 보니 제3지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시간이 부족했고 안·심(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연대에서도 폭발적인 것들이 나오지 않는 걸 확인하면서 다음 선택지를 고민했다. 김 위원장과 윤 후보를 만나고 나니 설득이 됐다.”
왜 합류했나.
“민주당이 여태 해왔던 걸 보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생각이) 쌓인 것 같다. 조국·윤미향·박원순·오거돈·안희정 사건 등 일련의 일을 계속 지켜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촛불혁명 당시와 달라진 걸 느꼈다. 특히, 박원순 사태 때 후안무치하게 피해자에게 어떤 사과도 없이 (민주당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되면 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당헌·당규를 손바닥 뒤집듯이 해서 후보를 내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들은 약속을 지킬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또 정권을 잡는 게 두려웠다.”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윤 후보는 어떤가.
“정책 관련해서 무고죄 형량 강화 등의 정책은 고민을 다시 해야 할 지점이 있다. 정치인은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순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주겠다고 한 후 무고죄 형량 강화도 함께 하겠다고 말하면 되는데, 무고죄 얘기가 먼저 나와버리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무고죄는 피해자를 소위 꽃뱀으로 취급하는 여성 혐오적 주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 방침에 위배된 발언은 제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가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윤 후보의 승리가 목표다. 또 여성들의 표가 갈 곳이 없는 것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이분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

신 부위원장은 통념에 비춰 급진적이라 할 만한 주장들을 많이 해왔다. 2018년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건 낙태약 보건소 비치, 사기업 남녀 동시 채용, 성평등 이행각서 도입, 젠더건강센터 구축 등이 그렇다. 그가 '강성 페미'라 지칭되는 이유다.

과거 내건 공약은 철회하나.
“여전히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윤 후보가 그걸 다 못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한 번에 변하면 좋겠지만 세상은 나선형으로 천천히 바뀐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8번 후보로 출마했던 신지예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8번 후보로 출마했던 신지예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본인이 ‘급진 패미니스트’라는 평가에 대한 생각은.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교차성 페미니스트’라고 대답한다. 다만 레디컬(급진) 여부를 묻는 건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분법적 딱지를 붙이는 행태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선 이후의 정치 행보는.
“나는 내 정치 생명을 걸고 왔다. 실패하면 (정치를)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이다. 많은 분을 설득하지 못하고 왔기 때문에 지금은 대선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나마 정권 교체가 가능한 후보가 잘못된 길을 걷지 않도록 계속 돕겠다.”

“정치 생명을 걸었다”는 신 부위원장이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만약 (의견이) 충돌한다면 당 대표 의견이 우선한다. 신 부위원장이 본인이 하던 주장을 지속하려고 한다면 강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경선 때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은 신 부위원장 영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네티즌 질문에 “잡탕밥도 찾는 사람 있다”고 답했다가, 이날 밤엔 ’정신 나갔다”고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윤석열 선대위의 시선이 우려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이들은 모두 2030세대 남성들에게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은 이날 신 부위원장의 행보를 “변절”이라고 표현했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선대위는 ‘문재인 안티팬’의 집결지가 되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민생을 위한 정책과 비전이 실종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논평했다.

→ 윤석열의 캠프 사람들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YoonSeokRy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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