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손 잡은 '자객' 양부남 "괴롭지만 윤석열 파헤치겠다" [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선대위 국민검증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양부남 전 부산 고검장. 그는 지난 16일 선대위 집행위원 워크숍에 참석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단장 시절. 연합뉴스

민주당 선대위 국민검증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양부남 전 부산 고검장. 그는 지난 16일 선대위 집행위원 워크숍에 참석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단장 시절. 연합뉴스

“윤석열이 칼잡이들의 보스라면 양부남은 자객.”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손을 잡은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둘 다 ‘칼잡이’라고 불리곤 하는 특수통 출신이지만 자신의 ‘사단’과 명운을 함께 해 온 윤 후보와 개인의 집념이 도드라졌던 양 전 고검장의 스타일을 비교한 말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선대위 ‘국민검증법률지원단장’에 양 전 고검장을 임명했다. 주로 이 후보와 가까운 변호사들로 구성돼 이 후보의 리스크 방어 차원에 그쳤던 ‘법률지원단’을 양 전 고검장에 맡기면서 윤 후보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공격적 검증을 예고한 것이다.

사법연수원 22기로 윤 후보보다 한 기수 위인 양 단장은 2003년 당시 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이끌던 ‘16대 대선 불법선거자금 수사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양 단장은 1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윤 후보를 검증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괴로운 측면도 있다”면서도 “대선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앞두고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공적으로는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사 윤석열’은 어떤 사람인가.
“2003년 대선 불법선거자금 수사팀에서 둘이서 팀워크를 이뤄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법자금을 추적하는 일을 함께 밝혀낸 기억이 있다. 윤 후보는 특수부 검사로서 제 몫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윤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
“사적 영역에선 윤 후보와 나쁜 사이가 아니다. 윤 후보는 성격도 호방하고 대인관계가 아주 친밀한 분이었다. 그러나 ‘대권’을 수행할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일반론 아닌가.”

양 단장은 지난해 8월 검찰을 떠났다. 올해 3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에는 후임자로도 거론됐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사는 “양 단장이 부산고검장 시절 비공개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쓴소리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부산고검을 방문할 당시 양부남 부산고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부산고검을 방문할 당시 양부남 부산고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어떻게 검증할 건가.
“(윤 후보) 본인과 배우자, 장모에 대해 언론이 지난 몇달 동안 수없이 많은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지원단 첫 미팅에서 ‘여러 의혹을 한번 꿰어보자. 이후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본 후 대응하자’고 지시했다.”
중점을 두는 의혹은.
“배우자(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문제나, 장모의 양평 공흥지구 땅 문제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일단 볼 것이다. ‘팩트’(사실) 위주로 접근하면서 위법사항이 있다면 고소·고발도 검토할 것이다. 단, 윤 후보에 대한 주관적 접근이나 원색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

양 단장은 지난달 말 민주당의 영입제안에 응했다. 지난 16일 선대위 집행위원 워크숍에 참석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돕나.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하면서 보여줬던 실적과 실용주의 노선에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굉장한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 후보는 이를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왼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비서실장을 지낸 뒤 현재는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윤 후보가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비공개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임현동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왼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비서실장을 지낸 뒤 현재는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윤 후보가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비공개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임현동 기자

양 단장은 검찰 선배(연수원 17기)이자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과는 악연으로 얽혀있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 수사단장을 맡았던 양 단장은 권 총장을 기소했지만 1·2심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수사과정에선 권 총장을 구속 수사하려던 양 단장은 영장 청구여부를 전문자문단 심의에 맡기자는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서울고법 상고심의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한 ‘상고’를 결정해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 맡겨진 상태다.

권 총장과 갈등이 있다.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상고심사위가 상고 결정을 한 건 (나의) 기소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순도 100%’의 수사를 했다.”

전남 담양 출신인 양 단장은 공고(담양공고)와 지방대(전남대 법대)를 나왔다. 평검사 시절에도 수사력을 인정받아 지존파 사건(1994년) 등 굵직한 사건에 투입됐다. 양 단장을 잘 아는 민주당의 호남권 의원은 “양 단장은 수사에서 나름 정평을 얻었지만 특수부 카르텔과는 거리를 둬 온 인물”이라며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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