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칼잡이들의 보스라면 양부남은 자객.”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손을 잡은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둘 다 ‘칼잡이’라고 불리곤 하는 특수통 출신이지만 자신의 ‘사단’과 명운을 함께 해 온 윤 후보와 개인의 집념이 도드라졌던 양 전 고검장의 스타일을 비교한 말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선대위 ‘국민검증법률지원단장’에 양 전 고검장을 임명했다. 주로 이 후보와 가까운 변호사들로 구성돼 이 후보의 리스크 방어 차원에 그쳤던 ‘법률지원단’을 양 전 고검장에 맡기면서 윤 후보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공격적 검증을 예고한 것이다.
사법연수원 22기로 윤 후보보다 한 기수 위인 양 단장은 2003년 당시 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이끌던 ‘16대 대선 불법선거자금 수사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양 단장은 1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윤 후보를 검증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괴로운 측면도 있다”면서도 “대선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앞두고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공적으로는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검사 윤석열’은 어떤 사람인가.
- “2003년 대선 불법선거자금 수사팀에서 둘이서 팀워크를 이뤄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법자금을 추적하는 일을 함께 밝혀낸 기억이 있다. 윤 후보는 특수부 검사로서 제 몫을 하는 사람이었다.”
- 그런 윤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
- “사적 영역에선 윤 후보와 나쁜 사이가 아니다. 윤 후보는 성격도 호방하고 대인관계가 아주 친밀한 분이었다. 그러나 ‘대권’을 수행할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일반론 아닌가.”
양 단장은 지난해 8월 검찰을 떠났다. 올해 3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에는 후임자로도 거론됐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사는 “양 단장이 부산고검장 시절 비공개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쓴소리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어떻게 검증할 건가.
- “(윤 후보) 본인과 배우자, 장모에 대해 언론이 지난 몇달 동안 수없이 많은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지원단 첫 미팅에서 ‘여러 의혹을 한번 꿰어보자. 이후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본 후 대응하자’고 지시했다.”
- 중점을 두는 의혹은.
- “배우자(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문제나, 장모의 양평 공흥지구 땅 문제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일단 볼 것이다. ‘팩트’(사실) 위주로 접근하면서 위법사항이 있다면 고소·고발도 검토할 것이다. 단, 윤 후보에 대한 주관적 접근이나 원색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
양 단장은 지난달 말 민주당의 영입제안에 응했다. 지난 16일 선대위 집행위원 워크숍에 참석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돕나.
-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하면서 보여줬던 실적과 실용주의 노선에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굉장한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 후보는 이를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양 단장은 검찰 선배(연수원 17기)이자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과는 악연으로 얽혀있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 수사단장을 맡았던 양 단장은 권 총장을 기소했지만 1·2심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수사과정에선 권 총장을 구속 수사하려던 양 단장은 영장 청구여부를 전문자문단 심의에 맡기자는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서울고법 상고심의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한 ‘상고’를 결정해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 맡겨진 상태다.
- 권 총장과 갈등이 있다.
-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상고심사위가 상고 결정을 한 건 (나의) 기소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순도 100%’의 수사를 했다.”
전남 담양 출신인 양 단장은 공고(담양공고)와 지방대(전남대 법대)를 나왔다. 평검사 시절에도 수사력을 인정받아 지존파 사건(1994년) 등 굵직한 사건에 투입됐다. 양 단장을 잘 아는 민주당의 호남권 의원은 “양 단장은 수사에서 나름 정평을 얻었지만 특수부 카르텔과는 거리를 둬 온 인물”이라며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