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찍는 14세 스타 조현주 “할머니 될 때까지 탈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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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조현주가 석양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듯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선발전에 뽑힌 대표 남녀 선수 6명이 모두 중학생이었다. 서울 뚝섬 한강공원 X-게임장에서 만난 조현주(14)에게 ‘중딩이 대표팀을 접수했다’고 하자 까르르 웃었다. 2007년생 조현주는 중2(서울 성서중)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대표 #초등 5학년 때부터 태극마크 달아 #"BTS 뷔가 응원해주면 밤새 훈련 #아시안게임 금 따고 파리 가고파"

나이가 어리고 비인기 종목 선수지만 조현주는 스타다. 배달앱 광고에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등장한다. 또 카메라와 스케이트보드샵의 후원도 받는다. 가수 씨엘·배우 최우식·프로게이머 페이커와 스포츠 브랜드 광고도 찍었다.

가수 씨엘과 스포츠브랜드 광고를 찍은 조현주(오른쪽). [사진 조현주]

정작 ‘스케이트보드 선수’ 조현주는 개점휴업이 길어졌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지난해와 올해 초 수도권 파크(스케이트보드 경기장)가 폐쇄됐다. 최근 같은 반에 확진자가 나와 열흘 간 격리됐다. 다시 훈련한 지 며칠 안 됐다. 새롭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스케이트보드에 흥미를 느낀 조현주는 “어린이날 선물로 보드를 사달라고 졸랐다. 난 언니랑 12년 터울의 늦둥이다.부모님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라’며 지지해준다”고 전했다. 조현주의 멘토는 SNS(소셜미디어)와 유튜브다. 영상으로 유명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기술을 습득한다. 학교를 일찍 마친 날은 용인, 뚝섬, 일산 등에서 하루 9시간씩 훈련한다. 온몸에 흉터가 사라지지 않는다.

젊은 세대에서 인기인 스케이트보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채택됐다. 세부 종목은 2개인데, 파크(Park)는 밥그릇처럼 움푹 파인 슬로프를 왕복하며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스트리트(Street)는 길거리처럼 계단, 레일, 경사면이 모두 있는 곳에서 구조물을 타며 기술을 구사한다. 대표 선발전에서 두 종목 모두 1위에 오른 조현주는 한 종목을 택해야 했다. 조현주는 “주로 파크를 해왔지만, 스트리트에 출전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스트리트는 체격이 좋아야 유리하다. 조현주는 최근 2년 새 키가 14㎝ 컸다.

조현주의 주특기는 ‘킥플립’이다. 보드를 차서 띄워 돌린 뒤 착지하는 기술이다. 필살기로 ‘빅스핀 보드 슬라이드’를 훈련 중이다. 보드를 270도 돌려 계단 옆을 타고 내려오는 고난도 기술이다. 2019년 싱가포르 반스 파크 시리즈 아시아 2위에 오른 조현주는 도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대회 포인트를 쌓지 못한 탓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스케이트보드 강국이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일본 10대 여자 선수 2명이 금메달을 휩쓸었다. 스트리트에서 니시야 모미지(14), 파크에서 요소즈미 사쿠라(19)가 우승했다. 일본은 선수층이 두껍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조현주는 “진천선수촌에도 스케이트보드 시설이 없어서 일본 사가에로 전지훈련을 간다. 한국에는 국제 규격의 파크가 없다. 반면 일본은 스케이트보드 인구도 많고,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실내 파크도 있다”고 했다.

중학생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조현주. 김성룡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젊은 종목’을 올림픽에 연이어 추가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가 도쿄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이후 2024 파리 대회에서는 브레이킹(스트리트 댄스)이 무대에 오른다. 최근 방송계에서도 10대들이 춤 대결을 하는 ‘스걸파(스트리트 걸스 파이터)’가 인기다.

이런 트렌드에 대해 조현주는 “코로나 때문에 ‘집콕’이 길어지니 기분전환을 하느라 ‘힙’한 게 유행하는 것 같다. 스케이트보드도 경연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1회 만에 파이널을 해야 할 거다. 우리나라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전문적으로 타는 여자 선수는 10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발목이 꺾인 적도 있고, 보드가 얼굴 위로 날아와 상처가 난 적도 있다. 하지만 실패하고 넘어지는 아픔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고 했다.

조현주는 “BTS의 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수빈이 응원해 준다면 밤새워 보드를 탈 수 있다”며 눈을 빛냈다. 그는 “일본이 강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목표다. 파리 올림픽 때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그때가 내 전성기일 것 같다. 할머니가 되어서 서지 못하는 날까지 보드를 타고 싶다”며 웃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