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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엿가락 기준 신뢰 잃어...K방역은 없다” 국민 16인이 증언한 코로나2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적모임·시설이용 추가 제한을 골자로 하는 거리두기 강화 방안이 발표된 16일 서울의 한 음식점이 점심 시간임에도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사적모임·시설이용 추가 제한을 골자로 하는 거리두기 강화 방안이 발표된 16일 서울의 한 음식점이 점심 시간임에도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K방역에 대해 “엿가락 기준으로 신뢰를 잃었다”는 국민 쓴소리가 나왔다. 이형기 서울대학교 임상약리학 교수를 필두로 소상공인, 고등학생, 변호사, 펀드매니저 등 16명이 공저해 15일 출간된『 K방역은 없다』에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이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중요한 방역 수단이지만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기준을 엿가락처럼 적용했다"며 "끝없이 늘어지기만 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은 누적됐다"고 표현했다.

“‘국산’에 얽매여 백신 공급 늦어”

이형기 교수는 책에서 국산 치료제·백신 개발에 무게를 실은 탓에 백신 확보에 충분히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국산 백신을 고집하다 백신 확보에 실기(失機)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정부는 지난해 9월 ‘백신의 안전성, 효과성, 성공 여부 등이 불투명해 무작정 투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당시 미국·캐나다·영국·유럽연합 등 여러 나라가 백신 선구매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등 빠르게 접종을 완료한 국가들에 비해 최초 접종이 3개월 이상 늦어졌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유럽 연합은 화이자의 임상 결과가 공개된 지 이틀 만인 11월 11일 2억 도즈를 공급받기로 합의했지만 한국 정부는 서두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급하게 굴지 않으면서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조율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는 발언을 염두에 둔 말이다.

K-방역은 없다. [골든타임 제공]

K-방역은 없다. [골든타임 제공]

대신 정부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 등 국산 치료제 개발과 외국 백신 위탁 생산을 적극 지원했는데, 자체 개발한 항체신약이 코로나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성과를 냈지만, 치료제보다 백신이 우선이었어야 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진단 키트, 빠른 보급 좋았지만 외국 기술 의존 극복해야"

한편 코로나19 진단 키트에 대한 평가도 책에 담겼다. 박승민 스탠퍼드대학 연구원은 진단 키트의 빠른 개발과 보급을 칭찬하면서도, 진단에 외국 원천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기 승인에 걸리는 시간을 일주일 정도로 단축한 ‘긴급사용승인제도’나 ‘드라이브스루 검사법’을 통해 신속한 진단 검사법을 널리 보급한 건 잘한 일"이라며 "K-진단이 K-방역의 핵심"이라고 평했다.

다만 "한국은 여전히 외국에서 개발한 원천기술에 감염병 진단을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30년간 미국에 등록한 감염병 관리 특허는 39건으로,  전체 특허 3,548건 중 1.1%수준"이라고 말했다.

"K-방역은 소상공인 희생 위에 쌓은 금자탑"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배훈천 씨는 "K-방역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희생 위에 쌓은 금자탑"이라고 평했다.

그는 "'짧고 굵은 방역'이 되려면 '3단계 기준 강화된 2단계'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미세조정이 아니라 '락다운'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영업제한 행정명령은 자영업자들에게 부채와 매출 절벽이라는 폭탄을 안겼다"고 말했다.

배씨는 현재의 자영업 상황을 타개할 대책으로 "회복 불능의 상황에 처한 영세 사업자들을 위한 탈출구가 마련돼야 한다"며 "긴급 지원대책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이 최대한 임금 노동시장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자영업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학도로서 코로나에 대한 기억 정리할 필요 느껴"

처음 이 책을 기획한 건 이 교수다. 이 교수는 페이스북에 공저자를 모집하거나 추천을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단기간에 15명이 모였고, 3개월만에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의학도로서 코로나19 동안 느낀 과학에 맞지 않는 기억, 의문이었던 점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겨 후대에 또 팬데믹이 왔을 때 참고가 되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15명의 공저자와 함께한 이유에 대해 그는 "코로나19는 과학의 영역이지만 과학이 사회 정책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있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다양한 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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