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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엉터리다" 학보 발행 중단한 대학총장, 진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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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들이 15일 학내 건물 4곳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 대학 학보사 기자 전원 해임과 학보 발행 중단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학교 측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대학 총학생회 외에도 서울권 대학 언론 30여곳이 모인 연합회에서도 입장문을 내며 공동 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 사립대 중앙운영위원회 학생들이 15일 대학 건물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운영위 측은 최소 종강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독자 제공

한 사립대 중앙운영위원회 학생들이 15일 대학 건물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운영위 측은 최소 종강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독자 제공

총학생회 “학교 측의 언론 탄압”

대학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TF팀을 출범하고 “학교 측의 언론 탄압 사태를 알리고 학내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중앙운영위원회는 “학교 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다”며 주요 건물에 대자보를 붙이고 서울권 대학 언론사 30여곳과 함께 소셜미디어 해시태그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 이 대학 학보인 ‘○○시보’에서 ‘전면 대면 수업 전환’이라는 학교 행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학보사 편집장은 중앙일보에 “지난 10월 학사 행정을 비판한 기사에 대해 정정 보도를 지시한 학교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기자 전원이 해임되는 일이 있었다. 예산을 근거로 최근 부수는 배포가 되지 않았고, 올해 신문 발행은 조기 중단됐다”고 했다. 기자 해임 결정은 현재 철회된 상태라고 한다.

한 사립대 총학생회 측에서 대학 당국의 00시보 기자 전원 해임 사태 등과 관련해 '언론탄압'이라며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처

한 사립대 총학생회 측에서 대학 당국의 00시보 기자 전원 해임 사태 등과 관련해 '언론탄압'이라며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처

대학 총장 “조주빈도 학보사 기사”

특히 이 대학 총장이 지난달 23일 중앙운영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였던 조주빈을 빗대 논란이 커졌다. 회의록에 따르면 총장은 “기사가 엉터리다”면서 “조주빈이 어떤 학생인지 아세요? 학보사 기자였고, 학교를 위하는 편집국장이었다.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지만, 학교에서 한 번도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중앙운영위원회와 서울권 대학 언론은 이 같은 대학의 조치를 ‘학내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비판에 나섰다. 중앙운영위원회는 “학교 측에 사과와 입장표명을 요청했으나, ‘올바른 기사를 위한 주간 교수의 지도였을 뿐이다’는 입장 외에 다른 조치를 내고 있지 않아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학생회 측에서 대학 당국의 학보사 기자 전원 해임 사태 등과 관련해 대학 주요 건물에 대자보를 붙였다. 독자 제공

서울의 한 사립대 총학생회 측에서 대학 당국의 학보사 기자 전원 해임 사태 등과 관련해 대학 주요 건물에 대자보를 붙였다. 독자 제공

대학언론연합,“대학 언론 비판 기능 보장받아야”

서울권 31개 대학 언론사가 모인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는 “대학 언론은 권력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보장받아야 하고, 편집권은 기자들에게 일임돼야 한다”며 “해당 대학 당국은 ○○시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자 전원 해임’ ‘사실 및 기사 사전검열’ ‘지면 발행 제지’ 등 재갈을 물리기 위한 온갖 종류의 탄압을 벌였다”고 했다.

연합회는 대학 당국을 규탄하는 전·현직 대학 언론인들의 성명을 받고, 오는 17일 중앙운영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대학 측 “언론탄압 아닌 사실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

해당 대학 측은 언론탄압이 아닌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입장이다. 대학 신문방송국 관계자는 “학보에선 대학의 전면 대면 수업 재개를 준비 없는 갑작스러운 조치라고 비판했지만, 여름부터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다. 이런 내용 등이 들어가 있지 않아 틀린 사실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다.

전원 해임과 발행 중단 등에 대해선 “학보와 합의해 기사 배치 등을 조정했고, 전원 해임을 바로 철회했다. 지면 배포 중단과 조기 중단은 예산이 부족해 생긴 문제다. 올해 발행하지 못한 부수까지 반영해 내년에 확대 발행할 것”이라고 했다. 조주빈 발언에 대해선 “특정인을 지목해서 한 것이 아닌 학교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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