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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 동맹’ 시진핑·푸틴 회담…내년 2월 베이징 참가 '재확인'

중앙일보

입력

15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대통령 거주지역인 노보-오가르요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갖고 베이징 겨울 올림픽·우크라이나·대만 문제 등을 논의했다. [타스=연합뉴스]

15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대통령 거주지역인 노보-오가르요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갖고 베이징 겨울 올림픽·우크라이나·대만 문제 등을 논의했다.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15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주석과의 화상 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 스포츠 분야에서 일관되게 서로 지지했다”며 “어떤 스포츠나 올림픽의 정치화 기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되 정부 관리가 불참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날 회담은 오후 4시 7분(현지시간)부터 5시 21분까지 74분간 베이징 인민대회당과 모스크바 외곽의 대통령 거주지역인 노보-오가르요보를 연결해 화상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지난 5월 19일과 6월 28일은 화상 회담이었고 8월 25일엔 전화통화를 갖고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발하는 러시아의 침공 여부를 놓고 충돌한 뒤 이뤄졌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이번 회담에 앞서 중·러 양국 대변인은 양국 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1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양 정상은 국제 문제의 최근 진전에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특히 유럽 대륙에서 현재 조성된 긴장은 모스크바와 베이징 ‘동맹(allies)’ 사이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긴장 상황에서 중국을 향해 러시아가 양국 관계를 ‘동맹’이라고 규정해 주목된다.

중국도 비슷한 수위의 외교 레토릭으로 화답했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이번 화상 회담이 중·러 간 ‘서로 등을 맞댄(Back to back)’ 전략적 협작(協作, 협업의 뜻)과 전방위 실무 협력의 왕성한 발전을 추동해, 뒤엉킨 국제 정세에 안정과 긍정적 에너지를 주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올해의 중·러 관계와 각 영역의 협력 성과를 총결하고, 내년도 양자 관계 발전에 대한 정층설계(頂層設計:Top-level design)를 제시하며, 중대한 국제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충돌과 대만, 아프간은 물론 북핵과 종전선언 문제도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 6월 28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갖고 “중·러 목린(穆隣) 우호 협력 조약”의 연장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가 배포한 사진에서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시진핑 주석에 비해 눈에 띄게 왜소하다. [사진=신화망]

지난 6월 28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갖고 “중·러 목린(穆隣) 우호 협력 조약”의 연장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가 배포한 사진에서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시진핑 주석에 비해 눈에 띄게 왜소하다. [사진=신화망]

우크라이나·대만 놓고 중·러 빅딜 이뤄지나 

앞서 중국은 바이든·푸틴의 설전 직후인 9일 왕원빈 대변인이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시종 객관성을 유지하고 공정한 입장에서 평화적인 수단으로 정치적인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며 원론적 중립 입장을 밝혔다.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협하는 러시아와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미국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 같은 ‘중립 모드’에서 기어를 바꿀지 주목된다.

만약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에서 대한 지지를 밝힌다면 반대 급부로 푸틴 대통령이 대만 관련해 유사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NBC 뉴스와 기자회견에서 “만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러시아는 어떻게 대응하겠나”는 질문에 “뭐? 당신은 군사력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계획을 알고 있나? 난 전혀 알지 못한다. 늘 말하듯이 정치에는 가정법이 없다. 가정법은 정치에 적절하지 않다. 정치에 ‘아마도(could be)’와 ‘한다면(would be)’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놓고 중·러간 빅딜이 이뤄질지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7일 러시아 흑해의 휴양도시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 러시아 흑해의 휴양도시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36년까지 집권 노리는 푸틴, 3연임 노리는 시진핑

시진핑·푸틴은 장기 집권의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1952년생으로 시 주석보다 한 살 많은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99년 러시아 2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지금까지 22년째 대통령·총리를 오가며 집권 중이다. 지난 4월 푸틴은 6년 임기의 대선에 두 번 더 출마할 수 있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론적으로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시 주석도 내년 가을 당 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모두 종신 지도자는 아니지만 장기 집권의 우위를 바탕으로 4년 임기의 미국 대통령에 대항하는 그림이다.

한편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물론 이란에서까지 세 개의 전쟁 가능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드온 라흐만 칼럼니스트는 14일 칼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이란에 시행 중인 미국의 엄중한 경제 제재를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공격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에 적용될 수 있다”며 “이는 3차 세계 대전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세계화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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