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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손님 4배 증가, 보령해저터널이 ‘막힌 관광’ 뚫어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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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보령해저터널(6927m)안은 주차장과 같았다. 전국에서 몰려온 자동차 행렬은 해저터널과 연결된 원산도·안면도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안면도 영목항 등은 관광객으로 북새통이었다.

지난 11일 낮 12시쯤 차를 몰고 보령해저터널을 찾았다. 지난 1일 개통 후 두 번째 맞는 주말이었다. 충남 보령시 대천항 해저터널 입구부터 차가 몰려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해저터널 중간인 해저 80m지점에서는 시속 10~20㎞로 거북이걸음을 했다. 원산도 쪽 터널 출구로 빠져나오기까지 15분 정도 걸렸다. 규정 속도인 70㎞로 달릴 때 걸리는 시간(5분)보다 3배 정도 더 걸린 셈이다.

보령시 대천항에서 원산도 방향 해저터널. 터널 중간 지점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김방현 기자

보령시 대천항에서 원산도 방향 해저터널. 터널 중간 지점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김방현 기자

원산도 방향 터널을 빠져나와 섬을 관통해 안면도 영목항까지 도로는 정체가 극심했다. 안면도 방향 국도 77호가 편도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줄어 병목현상까지 빚어졌다. 해저터널 입구에서 원산도~원산안면대교를 거쳐 영목항에 도착하는 데 36분이 소요됐다. 차가 밀리지 않으면 10분이면 주파하는 거리다. 보령시 관계자는 “해저터널 개통 이후 몰려드는 차가 워낙 많아 안면도까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4일 해저터널을 통과한 차는 2만5000대 이상이었다.

태안군 영목항에 있는 횟집과 카페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목항 음식점인 신진수산회센터에 들어갔더니 좌석 60여석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 주인은 “보령해저터널 개통 이후 손님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일손이 달리는데 종업원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산안면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카페 주자창에는 공간이 없어 차를 돌려 나와야 했다. 이곳 주인은 “보령해저터널 완전 개통 이후 고객이 3~4배 증가했다”고 했다. 카페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보령해저터널을 보기 위해 경기도에서 왔다”며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어묵 등을 파는 잡상인도 몰렸다. 영목항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꽃지해수욕장 등에도 인파로 붐볐다. 태안군 관계자는 “안면도 겨울 해수욕장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원산도 등 보령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보령시에 따르면 개통 전 주말 평균 7만6700여명이 찾은 대천해수욕장은 개통 후 주말 11만4700여명이 찾아, 50%이상 증가했다. 관광객이 늘면서 원산도를 중심으로 새로 생긴 카페나 음식점도 눈에 띄었다. 오래된 원산도 농협창고를 카페와 지역 농산물 판매장으로 개조해 지난달 25일 문을 연 ‘원산창고’ 대표는 “터널 개통 이후 손님이 늘어나고 있는데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저터널은 2010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11년 만에 완공했다.

보령시와 태안군은 관광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보령시는 원산도에서 삽시도까지 3.9㎞구간에해양관광케이블카를 설치할 계획이다. 태안군은 영목항에 높이 51m인 전망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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