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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중 환심에 관심없다"…'괴짜' 머스크 기부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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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연합뉴스

온라인 공간에서 관심을 받으려고 저질러온 행동이 자선활동으로까지 번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기부가 '관종 기부'(troll philanthropy,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의 자선행위)이란 새 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전 세계 부호들은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축적한 재산에 대해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자선활동을 하지만, 머스크의 자선활동 목적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거나 본인의 쾌감을 위해 도발적이고 악의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이들을 영미권에서 '트롤'(관종)이라고 한다. 머스크가 온라인 공간에서 관심을 받으려고 저질러온 '트롤' 행동이 자선활동으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관종 기부' 행태의 대표적 사례는 최근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과의 공방에서 드러난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을 거론하며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머스크는 "WFP가 구체적인 계획을 입증하면 테슬라 주식을 팔아 기부하겠다"고 해 주목을 받았고, 비즐리 총장은 이에 화답해 지난달 66억 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지출 계획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미 싱크탱크 어번 인스티튜트의 벤저민 소스키스 선임연구원은 머스크의 자선활동을 '관종기부'로 정의하며 "머스크는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선활동에 신경 쓰는 게 아닌 것 같다. 대중의 반감을 부를 목적으로 자신의 자선가 정체성을 이용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적 부호들은 다양한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경우 2000년 부부가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베이조스 지구 펀드' 등을 통해 환경 보호 후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의 전 부인 매켄지 스콧은 지난해 500개 단체에 60억 달러(약 7조원)가량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머스크가 자선활동을 완전히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 그는 지난 2012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등이 2010년 설립한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에 동참하며 자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2002년엔 '머스크 재단'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재단 홈페이지는 흰색 배경에 설명 몇 줄이 전부다. NYT는 "머스크 재단 홈페이지를 봤을 때 이마저도 관심을 갈구하는 행위로 비친다"고 분석했다.

호미 카라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FP-머스크 공방'을 좋은 시선으로 보면 머스크는 그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했던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억만장자는 세계화된 경제시장에 힘입어 부를 축적했다"며 "다만 이 세계화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포괄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에겐 최소한의 기부 참여 의지가 있다고 평가하며, 이를 역이용해 자선활동을 끌어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소스키스 연구원은 "머스크가 손에 준 자원은 너무나 방대하다"며 "그에게 압박을 가하고,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그의 자선활동을 끌어내고 싶다면 머스크의 '관종기부'일부도 받아들여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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